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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 구장 개조 ‘신의 한수’ 인가? [성일만의 핀치히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1 13:04

수정 2022.04.11 15:55

롯데 안치홍의 밀어치기 타법 /사진=뉴시스
롯데 안치홍의 밀어치기 타법 /사진=뉴시스
묘한 기분이 들었다. 10일 두산과 롯데의 사직구장 경기. 3-3 동점이던 9회말 선두타자 안치홍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틀 전(8일) 8회 안치홍의 타석이 문득 스쳐갔다.

8일 두산 투수 스탁을 상대로 안치홍이 친 타구는 큼직했다. 딱 맞았을 때 첫 느낌은 홈런이었다.
좌측 펜스를 향해 힘차게 날아가던 공은 펜스 최상단을 직격했다. 안치홍은 2루까지밖에 가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분명 홈런타구였다. 하지만 겨울동안 롯데는 사직구장 외야 펜스 높이를 1.2m 올렸다. 하필 공은 4.8m와 6m 사이를 두들겼다. 그 공간만큼 높아졌다. 다시 10일 안치홍 타석.

이틀 전과 달리 밀어친 타구는 우익수 펜스 근처까지 날아갔다. 2루타. 홈런이었다면 끝내기 상황이었다. 롯데는 연장전 승부 끝에 3-4로 패했다. 홈런은 야구에서 무조건 득점과 연결되는 유일한 안타다. 10일 프로야구서도 홈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SSG 유격수 박성한 /사진=뉴시스
SSG 유격수 박성한 /사진=뉴시스
가장 눈에 띈 홈런은 SSG 박성한이 쏘아올린 마수걸이 대포다. 박성한은 4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투수는 KIA 로니 윌리엄스. 풀카운트에서 박성한이 때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1호 홈런.

SSG는 이날 8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SSG는 8경기서 7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홈런 1위, 팀 성적도 1위다. 2위 LG는 홈런 6개로 역시 2위다. 김현수는 NC전서 1회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5회 1사 2루서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고의 볼넷으로 걸렀다. 다음 타자는 전날까지 타격 1위(0.524)를 달리던 문보경. 잽은 허용해도 좋으나 큰것 한방만은 피해야겠다는 NC벤치의 판단이었다.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앞서가는 키움 박찬혁 /사진=뉴시스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앞서가는 키움 박찬혁 /사진=뉴시스
키움은 무려 616일 만에 삼성과의 3연전을 싹쓸이했다. 역시 홈런포의 위력 덕분이었다. 신인 박찬혁과 간판 이정후가 한방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를 입증했다. 박찬혁은 3-1로 앞선 5회 프로 첫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재현(삼성), 김도영(KIA), 조세진(롯데) 등 동기생 가운데 가장 먼저 때린 대포다.

4-5로 뒤진 8회, 이번엔 이정후가 동점 홈런을 터트렸다. 이 한방은 삼성 벤치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두 번의 패배 이후 간신히 1승을 올리나 했는데 뚝하고 의지가 꺾였다.

한화는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쐐기를 박은 결정타는 역시 홈런이었다. 4-3으로 한 점 앞선 8회말. 선두타자 노시환이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작열시켰다. 지난해 챔피언 KT에게 시즌 6번째 패배를 안긴 한방이었다.

10일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홈런 군단들의 걸음이 잽싸다. 반면 소총부대의 행군은 느리다. 각각 팀 홈런 2개에 그친 삼성 공동 6위, NC는 공동 최하위다. 사직구장 펜스를 높인 롯데는 홈런 2개에 그쳤지만 4위에 올라있다. 도둑맞은 홈런도 있지만 막아낸 홈런도 있어서다.

안치홍의 10일 8회 타구는 홈런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야 펜스가 종전대로였다면 그의 스윙 크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타석에 들어섰을 때 괴물처럼 높은 외야 펜스가 눈에 확 들어오면 스윙 아크는 작아진다.
짧지만 좁은 페어웨이의 티박스에 선 골퍼의 심정과 같다. 펜스를 높인 롯데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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