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무서워서 마트를 갈 수 없어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60)는 최근 한 없이 오르는 물가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남편과 외식을 하지 않은 지 1년이 넘었다. 김씨는 “월급 대비 식재료 가격이 한없이 올라 마트 폐점 직전 할인 코너를 자주 이용하게 됐다”며 “물가가 올라가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피해를 입는다"고 토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물가 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과 청년층이 타격을 입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물가 안정과 주거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세를 막기에는 녹록치 않다는 지적이다.
■식탁 위 물가 천정부지 상승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 100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 상승한 후 5개월째 3%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를 넘어서며 2011년 12월 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10년 3개월 만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 서비스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이달 상승 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가격 오름세 확대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자 덩달아 식탁 위 물가도 위협을 받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39개 외식 품목이 모두 올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탓에 온전히 피해를 입는 저소득층이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홍모씨(32)는 "최근에 자주 다니던 백반집이 가격을 1000원 올렸다"며 "전반적으로 모든 식품 가격이 올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2019년 대비 2020~2021년의 체감물가 변화를 소득분위별로 살펴본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물가 상승을 더 크게 체감했다.
■"물가 상승 계속 이어질 듯"
의식주 등 전반적인 실생활 물가 폭등에 젊은이들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서울을 떠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5년 1002만2181명에 달했던 서울시 인구는 지난해 950만9458명으로 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30세대 인구는 311만5474명에서 286만1556명으로 8.2% 감소했다. 2030세대의 감소세가 서울시 전체 인구 감소세보다 훨씬 가팔랐다.
윤석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우선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이기 때문에 만약에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경제 장관들이 '원팀'이 돼서 당면 현안인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쟁 등에 따른 세계 정세 영향으로 물가 상승이 예견되는 가운데 향후 물가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물가 상승요인이 더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오름세가 크게 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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