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삼성, KIA, KT는 당초 상위권으로 예상됐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KT는 11일 현재 공동 최하위다. KIA와 삼성은 공동 6위.
잘 나갈 것으로 여겼던 팀들이 왜 이렇게 굼뜰까. 공통점은 터져야 할 대목에서 터지지 않아서다. 마땅히 해 줘야하는 타자들이 주춤거리고 있다. 초반 부진에 빠진 세 팀의 아픈 곳을 파헤쳐본다.
삼성은 7일 두산에 한 점차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도 8일 경기 전 분위기는 좋았다. 오재일이 돌아 와서다. 다음 날엔 구자욱이 복귀할 예정이었다. 개막 5경기서는 이 대신 잇몸으로 버텼다.
3승 2패,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재일, 구자욱만 돌아오면…그러나 그날이 와도 방망이는 애처롭게도 터지지 않았다. 7일 키움전 2안타 무득점, 오재일은 2타수 무안타 2삼진이었다.
9일 복귀한 구자욱이 첫 타석서 안타를 터트렸다. 오재일은 4타수 무안타 침묵. 7일 두산 경기 4회부터 9일 키움전 2회까지 26이닝 무득점이 이어졌다. 오재일은 10타수 1안타 정확히 타율 1할이다.
타선에는 낙수 효과라는 게 있다. 강타자가 앞에 있으면 그만큼 유리하다. 잔뜩 강펀치를 경계하다 힘을 빼고 나면 뒤 타자에게 던지는 공은 한결 나긋나긋해진다. 그런 점에서 KIA가 나성범을 데려왔을 때 최형우는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투수들도 사람인지라 극도의 긴장을 계속 이어가긴 힘들다. 조금 느슨해지면 최형우에게 당하게 된다. KIA의 이런 구상은 어긋났다. 나성범은 타율 0.321 4타점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0.083(24타수 2안타)로 번번이 과녁을 빗나갔다.
지난 10일 KIA와 SSG 경기. 6회 초 2번 김선진이 볼넷을 골랐다. 다음 타자는 나성범. 볼카운트 3-1에서 때린 타구가 담장을 넘어갔다. 저런, 아슬아슬 폴대를 벗어났다. KIA 벤치는 비디오 판정을 요구했다. 원심대로 파울볼.
장타 시위에 놀랐는지 SSG 투수는 볼넷을 내줬다. 무사 1,2루에 4번 최형우 타석. 초구를 때렸으나 투수 앞 땅볼. 유격수와 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였다. 저렇게 안 풀릴 수도 있나 싶은 장면이었다.
지난 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내내 장성우는 KT 6번 타순을 지켰다. 결과도 좋았다. 타율 0.250으로 제 몫을 했다. 무엇보다 4경기서 4타점을 올렸다. 포수 6번 타순에선 만점 활약이었다.
올 해도 장성우의 타순은 6번에 고정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강철 감독은 장성우를 5번으로 올렸다. 그런데 오비이락일까, 이후 영 침묵이다.
6일 경기서 3타수 무안타에 그치자 7일 6번으로 내렸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3타수 무안타. 8일에는 아예 스타팅에서 빼주었다. 대타로 나서 1타수 무안타. 23타석째 안타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9일 시즌 첫 안타를 때려냈다. 타율은 0.091.
머릿속 계산대로만 풀리면 우승 못할 감독이 없다. 터져줘야 할 타자가 터지지 않을 때 감독은 답답하다. 하필 네가… 믿었는데.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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