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보존 작업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간송미술관 소장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 '보화(寶華)'는 '보배로운 정화(精華)'란 의미로 선조들이 남긴 귀하고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재를 뜻한다. '수보(修補)'란 '낡은 것을 고치고 덜 갖춘 곳을 기우다'라는 의미로 보존 처리의 옛말이다. 전시 제목 '보화수보(寶華修補)'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수리와 보존을 통해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이번 전시에는 간송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 중 8건 32점을 선보인다. 간송미술관은 문화재청 지원사업을 통해 2020년부터 150건의 소장 유물을 보존 처리했으며 그 가운데 향후 지정가치가 높고 작품성이 뛰어난 문화재를 선별해 공개한다.
전시 대표작으로는 현재 유일본이자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권우의 문집인 '매헌선생문집' 초간본과 안견의 '추림촌거', 신사임당의 '포도', 심사정의 '삼일포' 등 30점의 명화가 수록된 '해동명화집'을 꼽을 수 있으며 조선중기 화원화가 한시각의 '포대화상', 김홍도의 '낭원투도', 장승업의 '송하녹선' 등 지정문화재에 버금가는 명품들이 새롭게 복원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문화재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세심한 관리가 어려웠던 중요 비지정문화재를 대상으로 문화재청과 간송미술관 유물보존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지류·회화수리복원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최초의 보존관리 사업의 성과물을 공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간송미술관은 설립자인 간송 전형필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수집한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학예연구실 내 유물보존팀을 두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1000점에 이르는 소장 유물의 상태를 진단하고 보존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7년 만에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971년부터 2014년까지 가을 전시까지 매년 두 차례씩 일반에 공개됐던 간송미술관 보화각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협력전시를 계기로 성북동 보화각 전시가 중단되었고 이후 코로나-19 및 수장고 신축공사로 인해 연이은 휴관 상태에 있었다.
한편 간송미술관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수집한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모더니즘 양식의 미술관 건물인 '보화각'은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보화각은 우리 근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같이하며 8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수장, 연구, 전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지만 노후로 인해 이번 전시를 끝으로 보수 정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화각 2층 전시실에서는 전시기간 동안 보화각 보수 정비전 마지막 모습을 공개한다. 진열장은 모두 비워진 채 과거 보화각의 외경을 기록한 짧은 영상이 전시된다. 그 자체로 문화유산이 된 보화각 건물과 진열장 등을 보면서 간송미술관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다. 매년 보화각을 찾아 각별한 애정을 보내준 관람객들을 위해 마지막 모습의 사진 찰영도 허용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