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매체 쿰파란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 지방법원에서는 남자 행세를 하며 한 여성과 결혼해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여성 에라야니(28)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피해자는 누르 아이니(22)라는 여성으로 아이니는 지난해 5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흐나프 아라피프라는 남성을 만났다. 아흐나프는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경외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주간 교제 후 같은해 6월 23일부터 아흐나프가 일주일간 아이니의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아흐나프는 아이니 부모의 혈압을 확인해주고 약을 권하는 등 환심을 샀다. 이후 두 사람은 혼인신고 없이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시작된 후 수상한 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사라던 아흐나프는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아이니에게 자신이 석탄회사를 운영한다고 둘러댔다. 아흐나프는 집안에서도 절대 옷을 벗지 않았고 남성이지만 호르몬 문제로 가슴이 나온 편이라고 아이니에게 말했다. 아이니는 10개월의 결혼생활 동안 아흐나프의 신분증을 본 적도 없고 성기도 보지 못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아이니의 부모가 추궁을 하면서 아흐나프가 사실은 에라야니라는 이름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이니는 법정에서 성별에 대해 속은 것 외에도 결혼 기간 동안 생활비 등으로 3억여 루피아(약 2640만원)의 재산적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아이니는 "이중 6700만 루피아(약 590만원)는 부모님의 치료를 명목으로 에라야니가 가져갔다"고 말했다. 아이니는 "다른 부부들처럼 성관계도 했지만 남편이 여성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심지어 영상통화로 시댁 식구들을 소개받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법정에 피고인인 에라야니는 출석하지 않았고 판사들이 피해자 증언만 청취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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