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 서울 동대문구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씨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분위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얼마전 가족들과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다녀온뒤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시 격리기간 연차휴가를 소진하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연차가 모자랄 경우 내년 예정된 연차에서 미리 삭감한다고도 했다. 원해서 코로나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연차휴가 강제소진은 위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회사에 강하게 반발할 수도 없어 코로나 확진만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2. 서울 영등포구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씨는 간밤에 갑자기 발열 증상이 나타나 불안해졌다.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감염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그는 아침에 회사에 보고를 하고 바로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회사에서 코로나 확진과는 별개로 발열시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침에 따라 그는 집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면서 중소기업 직원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도 걱정이지만 규모가 작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코로나 확진시 남아 있는 연차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서다. 여름 휴가가 겹치면서 연차 소진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로 불필요한 연차까지 사용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기업 "발열만 해도 재택근무"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는 3개월여 만에 다시 10만명대를 돌파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자 대기업들은 방역지침을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이전 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간담회를 포함한 회식과 대면 회의·교육·행사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다. 또 국내외 출장을 가급적 자제하되 불가피한 출장 때는 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차는 교육·행사·회의를 비대면으로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국내 출장도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LG그룹 계열사는 직원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에 고려해 다음 달 31일까지 조직별 재택근무 30% 운영, 휴가 복귀 전 자가 검사 음성 확인 후 복귀 등 강화된 방역지침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은 확진시 연차소진 강제...지침도 없어
하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에게는 이 같은 체계화된 방역 지침은 먼 얘기다.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명문화된 코로나 방역지침은 커녕 일관된 기준조차 없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가 정점을 찍었을 당시에도 회사 차원의 대응방안이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었다"며 "코로나 확진시 연차 휴가를 소진한다는 것도 회식 자리에서 처음 들은 얘기"라고 말했다.
연차 휴가를 강제로 소진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사실상 직원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무급으로 쉬게 될 경우 급여가 줄어드는 데다가 회사를 당장 그만두는게 아닌 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내는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코로나에 확진돼도 알리지 않고 쉬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보다 치명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굳이 알리면 불이익만 크다는 판단에서다.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알아보면서 연차 강제소진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작은 회사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확진되더라도 알리지 않겠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인식이 코로나19 재확산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백신 휴가를 허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향후 대국민 백신 추가 접종 가능성이 높은데 백신을 맞으려면 사실상 토요일 밖에 시간이 없어 백신 접종 유인책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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