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애초의 관심은 1,3위가 맞붙은 26일 인천 경기였다. LG가 SSG의 독주를 내버려둘까, 아님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까. 그런데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었다. 초반 8-0으로 점수가 벌어지며 싱거워졌다. 잽싸게 수원 경기로 갈아탔다.
2위와 4위의 대결은 간단치 않았다. 3번의 동점에-역전-재역전. 역시나, 이번엔 제대로다. 키움과 KT가 맞붙은 경기는 ‘투 맨 쇼’였다. 강펀치의 박병호(36·KT)와 화려한 테크니션 이정후(24·키움)가 서로에게 비수를 겨냥했다.
박병호가 먼저 대포 두 방을 터트렸다. 2-4로 뒤진 5회 동점포, 4-5로 밀린 7회 또 다시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28호와 29호를 거푸 쏘아 올렸다. 홈런 2위 김현수(LG)를 10개 차로 멀찌감치 따돌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홈런의 개수보다 가치 면에서 더 빛났다. 9-0에서 때린 홈런은 씁쓸하다. 시체에 총질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그러나 두 번의 동점포라면 쏠쏠하다. 그것도 한 경기에서.
이정후도 가만있지 않았다. 1회 1사 1루서 우전안타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격이다. 타자는 가능하면 루상의 주자를 진루시키는 타격을 해야 한다. 안타면 더욱 좋지만.
1사 3루면 거의 득점 찬스라고 봐야 한다. 키움은 1회 2점을 선취했다. 징검다리는 이정후의 우전안타였다. 5-6으로 역전 당한 8회 1사 만루서는 좌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역전 결승 3루타를 뽑아냈다.
1사 1루서 우전 안타, 1사 만루서는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 이런 타자는 감독의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꼭 필요할 때 터진 이정후의 안타 2개가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두 방으로 이정후는 피렐라(삼성)를 제치고 타격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5일 현재 이정후는 0.336으로 피렐라(0.338)에 뒤져 있었다. 피렐라가 26일 한화전서 4타수 1안타에 그치고, 이정후가 4타수 2안타를 치자 1,2위가 바뀌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타율과 달리 홈런 부문은 일찌감치 박병호가 대세를 굳혔다. 자연스럽게 펀치력 박병호, 정확도 이정후로 구분된다. 박병호의 타율은 0.269, 이정후의 홈런 수는 15개다. 이 둘이 경합하는 부문도 없지 않다.
출루율(0.420-0.339·이하 앞이 이정후) 장타율(0.561-0.589) 부문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흥미롭다.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의외로 타점이다. 26일 박병호와 이정후는 나란히 3타점씩을 올렸다.
박병호는 75타점으로 이 부문 선두다. 이날 2타점을 추가한 김현수를 2개 차로 앞서 있다. 이정후는 66개로 5위에 올라 있다. 1위 박병호와는 9개나 차이난다. 그래도 이 싸움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타점 부문은 홈런 타자가 유리하다. 홈런은 무조건 타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간다. 연타 능력의 이정후가 강펀치 박병호를 따라잡을 수 있을는지.
지난 40년간 홈런왕이 타점왕을 겸한 적은 29번이나 된다. 타격왕과 타점왕을 동시에 차지한 선수는 이만수(1984년) 이대호(2006년, 2010년) 둘 뿐이다. 그나마 홈런왕까지 겸직한 3관왕(2010년 이대호는 7관왕)이었다. 오로지 타격왕이 타점왕에 오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타격 천재’ 이정후가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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