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파이낸셜뉴스] 올해 미술 전시는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이 책임진다?
올 상반기 최다 관람객을 모은 전시는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 기증품 전시 ‘어느 수집가의 초대-故이건희 기증 1주년 기념 특별전’(국립중앙박물관)이었다. 올 하반기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는 12일부터 선보이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이 될 전망이다.
내년 4월23일까지 열리는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80여 점과 미술관이 소장하던 이중섭 작품 중 10점을 합해 총 90여 점을 전시한다.
‘한국의 고흐’로 통하는 이중섭은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서양화의 양대 거목으로 손꼽힌다. 이중섭의 작품은 이건희컬렉션 중 전체의 19%에 해당될 정도. 미술관 측은 10일 "국내외 작가를 통틀어 유영국, 파블로 피카소에 이어 (이중섭의 작품이) 가장 많고, 회화 및 드로잉의 비중에 있어서는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눠 소개한다. 이중섭하면 떠오르는 황소 그림보다는 해학과 천진무구한 소년의 정감이 녹아있는 작품이 많다. 새와 닭, 소, 아이들, 가족을 그린 회화 작품과 출판미술, 말년에 그린 풍경화 등도 선보인다.
‘닭과 병아리’(1950년대 전반)와 ‘물놀이 하는 아이들’(1950년대 전반)은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첫 공개된다. 이중섭이 끔찍한 아낀 일본인 아내와 주고받았던 엽서화 40점과 이중섭이 생활고로 담뱃갑 속에 든 은종이에 송곳이나 나무 편으로 새긴 은지화도 27점이나 선보이다.
1980년대 전시된 이후 오랜만에 공개되는 ‘춤추는 가족’(1950년대 전반)과 ‘손과 새들’(1950년대 전반) 2점도 관람객을 반길 예정이다. 전시작인 '부인에게 보낸 편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재회를 희망하는 작가의 간절함과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아들에게 보낸 엽서는 아버지의 절절한 그리움이 느껴져 뭉클함을 안긴다.
이중섭은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일본 유학까지 했지만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며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다. 현해탄을 오가며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지만 제주도에서 보낸 평화로웠던 1년을 포함하여 네 가족이 함께 한 시간은 7년에 불과했다.
1952년, 피란생활의 어려움과 장인의 부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일본으로 보낸 이중섭은 이후 가족을 만나러 일본에 갔고 딱 1주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귀국했는데,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줄 꿈에도 몰랐다.
홀로 한국에서 창작열을 불태운 그는 1955년 미도파화랑에서 개인전도 성공적으로 열었으나, 그림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마음의 병에 몸까지 쇠약해져 1956년 마흔에 홀로 숨을 거뒀다.
이중섭의 삶에서 제주는 행복의 시공간이자 이중섭의 작품 세계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에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이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건희컬렉션으로 증폭된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고 미술관의 한층 심화된 연구를 발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로 이중섭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살필 수 있어 또 다른 감동과 의미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2일부터 내년 4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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