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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걷힌 '새출발기금', 은행권 절반의 수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8 17:21

수정 2022.08.18 17:35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빚 탕감' 잘못된 인식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촬영 이세원]

[파이낸셜뉴스]자영업자·소상공인의 상환 부담 경감을 위해 시작된 '새출발기금'을 두고 입장이 분분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와 고금리 기조가 겹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빼든 카드지만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고 금융사 손실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가 18일 진행한 설명회에서 당국이 부실채권을 시장가격에 매입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금융사도 일면 이 제도를 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최대 90% 탕감, 도덕적 해이 부추겨"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자력으로 상환이 어려운 차주 지원을 위해 마련된 '배드뱅크' 성격의 기금이다. 30조원 규모로 부실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해주는 내용이다. 빚을 제때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대출을 장기 분환상환 대출로 바꿔주고 대출금리를 연 3~5% 수준으로 낮춰준다. 또 연체 90일 이상 부실차주에 한해서는 원금을 60~90% 감면해준다는 방안도 앞서 공개했다.

이에 금융권이 가장 목소리 높였던 부분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다.
최대 90%까지도 원금을 탕감해준다는 정책에 정상 상환이 가능한 차주도 의도적으로 연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공익적 역할이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사람은 돕는 게 맞다"면서도 "기금 혜택을 받음으로써 얻는 불이익은 없고 신청 조건도 까다롭지 않다면 갚을 수 있는 차주도 갚지 않고 버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나날이 오르는 상황에서 이는 '빚 탕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금융사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러 업체가 참여해 가격을 제시하는 여타 채권 매각 과정과 다르게 새출발기금 대상이 된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유일하다. 채권 가격도 캠코가 정해 은행에서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채권이기 때문에 넘길 때 제값을 다 주지 않는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인데도 부실채권으로 캠코에 넘겨야 한다면 은행 손해는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약자 지원 필요"
다만 금융위가 이날 설명회에서 새출발기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안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자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에만 원금을 감면해주도록 범위를 좁히고, 부실채권 및 담보채권을 시장가격에 매입하겠다고 세부안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장가격에 부실채권을 매입한다면 가장 우려하던 바는 해소됐다고 본다"면서 "연체 중에 있는 사람들의 연체 채권을 적당한 가격으로 가져간다면 은행으로선 위험이 낮아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도 "차주가 아예 갚지 못하는 것보다는 매각으로 일부 받는 게 나을 수 있다"면서 "더 세부적인 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업계 의견도 많이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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