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특별기고] 기업부담 주는 과잉감사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25 05:00

수정 2022.08.25 15:31

[파이낸셜뉴스]
이현석 변호사·공인회계사
이현석 변호사·공인회계사

회계감사는 재무제표에 부정이나 오류로 인한 왜곡이 있는지 확인하는 서비스이다. 재무제표의 왜곡이 없다는 감사인의 의견은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 왜곡표시를 발견하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부정이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주주와 회계실무자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재무상황을 올바로 파악하려는 채권자에게 외부감사가 도움이 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피감사기업은 감사인의 감사서비스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한다.


그런데 회계감사기준은 외부감사인이 재무제표가 '중요하게 왜곡표시'되지 않았다는 '합리적 확신'이 있으면 적정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감사인은 재무제표가 전혀 왜곡되지 않았다는 완벽한 확신이 없어도 적정의견을 줄 수 있다. 그 이유는 회계기준은 모든 현실을 포섭하여 완벽하게 규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재무적 사건은 일도양면 식으로 분명히 해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회계처리의 왜곡여부를 명확히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또한 모든 회계처리를 감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같은 회계사건에 대하여 전기 감사인과 당기 감사인의 의견이 다르거나 감사인과 감독기관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만큼 전문가들에게도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은 어렵고 또 다양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인의 부실감사는 함부로 추단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 고의에 의한 위반혐의는 신중히 판단되어야 한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감사인이 회계처리 전부를 감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회계감사기준에서는 감사증거의 충분성과 적합성의 균형을 강조하는데 감사절차에 있어서 효익과 비용 간 균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감사로 얻는 효익과 감사로 인한 비용 사이의 균형은 피감사기업의 입장에서도 필요하며 특히 자유위임 이후 지정감사 시기에 겪을 수 있는 '과잉감사'로부터의 대책이 필요하다. 외부감사법의 전면개정으로 표준감사시간제가 도입되어 감사보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였는데 지정감사 시기에는 감사보수가 월등히 상승한다. 감사인이 부실감사 지적에서 면책되기 위하여 디지털 포렌식을 요구하기라도 하면 감사에 투입되는 비용은 곱절이상 뛴다. 기업은 감사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을 받을 경우 기한이익상실로 인한 차입금상환과 주가폭락의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회계부정 조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디지털 포렌식 등 외부전문가의 조사가 필요한 6가지 사례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조사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져 기업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6가지 외의 사례에서는 디지털 포렌식 조사가 금지되는지 명확하지가 않으며 실제로 이후에도 지정감사인은 회계위반이 중요한지, 회계부정의 의심이 합리적인지 묻지 않고 디지털 포렌식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회계기준의 해석과 적용의 잘못을 이유로 합리적 수준을 넘는 감사비용과 절차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수단은 적절해야 하며 이익과 불이익의 형량도 필요하다.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의 처벌은 단호해야겠지만, 분식의 발생빈도가 낮아졌다면 제도적으로 기업과 감사인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 맞다. 감사인의 책임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듯이 감사인 역시 합리적 근거 없이 기업의 회계부정을 추단해서 부담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과잉감사에 한계를 설정하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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