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통장의 함정… 이자수익 고사하고 지출만 키워
32세 A씨 월 수입은 230만6000원이다. 이와 별도로 연간 비정기 수입 420만원이 들어온다. 월 지출은 수입과 같다. 대출이자 12만3000원, 보험료 12만원, 통신비 3만3000원, 후원금 3만원을 합쳐 고정비는 30만6000원이 나간다. 변동비는 80만원인데 관리비 15만원, 식비 및 용돈 50만원, 교통비 15만원 등이 있다. 남는 120만원은 전부 저축한다. 청약저축(10만원), 변액연금(10만원), 보통예금(100만원)으로 구분된다. 연간 비용은 360만원이다.
자산은 약 2억원이다.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에 청약저축(600만원), 보통예금(2860만원), 적금(600만원), 주식·펀드(280만원), 변액보험(420만원) 등이 있다. 부채로는 전세자금대출 7000만원을 갖고 있다.
A. 18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금융상품이라도 자신의 소비지출 경향과 재무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권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금리가 높은 보통예금을 당초 비상금 명목으로 마련했던 터라 일정한 기준 없이 돈이 부족할 때마다 빼 썼다. 때문에 상당한 이자수익을 올렸음에도 자산은 이전보다 감소하는 결과를 맞게 됐다.
최근 고금리 보통예금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도 되는 데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당분간 금리가 상승한다면 당장 적금을 가입해 만기까지 유지하는 전략은 손해를 발생시킨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보통예금의 간편한 입출금이라는 편리성을 잘못 활용하면 순자산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 목적별로 통장을 분리하라"고 조언했다. 보통예금을 사용하더라도 고정비, 변동비, 비정기 지출, 저축 등 용도마다 별도 계좌를 두는 게 좋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연간비용 예산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장에 항상 잔고가 있었기 때문에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돈이 써도 되는 자금인지, 저축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충동적인 의사 결정을 한 것"이라며 "의복비, 경조사비, 건강 관리비 등 연간 비정기 비용을 처리하는 통장과 구분해 저축계좌를 만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선명한 저축 목표도 필요하다. 가령 매월 150만원 모으기 등 저축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A씨는 1~2년 내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한다. 학비는 25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연 1250만원, 월 140만원 수준을 저축하면 된다. 학자금대출이 가능하다면 계획은 다소 변경될 수 있다.
A씨가 가진 보통예금 2860만원에서 연간비용 통장에 360만원을 이체한 후 남는 2500만원을 운용할지, 대출금 갚는 데 쓸 지도 결정해야 한다. 우선은 총부채 상환 및 부담지표를 따져봐야 한다. A씨 월 이자는 12만3000원으로 수입 대비 5%, 부채부담은 총 자산 대비 37% 수준으로 보통이다. 해마다 일정 원금을 상환하는 게 낫다.
자산 예대마진도 계산해야 한다. A씨 예금이자는 127만원, 대출비용은 86만원이므로 대출을 유지하고, 예금을 운용하는 방식이 41만원의 경제적 혜택을 발생시킨다. 다만, 자산 2500만원을 대학원 학비로 우선 사용한다면 대출을 먼저 상환하는 게 20만원가량 유리하다.
변액연금은 노후자금 필요 여부, 투자기간을 고려해 납입 지속 혹은 해지를 검토해야 한다. 해지한다면 자금을 마련할 다른 수단은 준비돼 있는지, 얼마만큼 길게 가져갈 것인 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이 밖에 10년 이상 장기 저축 유지 시 이자소득세 비과세, 추가납입, 최저연금적립금 보증제도 등 혜택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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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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