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경유 생산 축소로
작년보다 36% 올라 유류비 부담
화물차 운전자 "450만원 벌어도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남짓"
작년보다 36% 올라 유류비 부담
화물차 운전자 "450만원 벌어도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 남짓"
전남 영광에서 약 30년 동안 화물차를 운전 중인 장모씨(60)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장씨는 "한달 450만원을 벌어도 보험비 등 차량 유지비를 빼고 나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라며 "올해 TV를 바꾸고 싶었는데 기름값이 올라 TV는 고사하고 생계도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유 수급불균형이 심해지자 영세 화물운송업 종사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화물운송업계는 정부가 경유 가격 상승을 손 놓고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유 가격 급등세
6일 한국석유공사가 발행하는 '국내석유제품 월간 가격동향'에 따르면 월간 기준으로 경유 가격은 지난 8월 1889.30원이다. 지난해 평균(1391.40원) 대비 35.78%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휘발유는 지난 8월 기준 1792.20원을 나타냈다. 지난 6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역전된 상황이 5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경유값 상승은 고스란히 소상공인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화물운송업에 종사하는 영세 사업자들 대다수가 경유차를 몰기 때문이다. 경유 값은 예전엔 휘발유 가격보다 싸서 연료비가 덜 들었다.
최근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역전에는 국제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경유 생산 축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 부연구위원은 "세계 2위 석유제품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국의 석유제품을 밖으로 팔지 못하게 돼 국제석유제품 가격 자체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경유 가격의 상승폭이 다른 석유제품보다 더 높은 이유에 대해 "최근 코로나19의 하향세로 항공운송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정유업계가 경유 대신 항공유(등유)를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며 "경유와 등유는 추출 온도 구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상호 생산량을 조정할 수 있는 석유제품이다"고 덧붙였다.
■화물운송업계, 비판 목소리 높아져
매일 운전을 해야 하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장씨는 "경유 가격이 올라도 화물차주로부터 받는 운송료는 그대로이다 보니 가격 상승분을 우리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당분간 경유 가격이 하락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화물운송업 종사자들의 피해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귀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국장은 "경유 가격 상승이 1~2달 잠깐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어떻게든 참고 버티겠다"며 "하지만 5~6개월에 걸쳐 계속해서 경유 가격은 상승했고 이런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화물운송업 종사자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대열 전국개인중대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상무는 "정부가 적극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통해 고사 직전의 화물업 종사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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