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4주년, 콜센터 근무자 피해 여전
이은주 의원 "2018년 이후 폭언 등 악성 민원 2749건"
"사업장 내 보호조치 강화 병행해야"
이은주 의원 "2018년 이후 폭언 등 악성 민원 2749건"
"사업장 내 보호조치 강화 병행해야"
[파이낸셜뉴스] 콜센터 상담사 등 감정노동자 보호 근거를 담은 소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 4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폭언·성희롱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2018년 10월 18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으로 인해 건강장해 발생이 우려될 경우 휴식 및 치료 등을 보장하는 사업주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보호법 시행 후 4년이 흘렀지만 콜센터 상담사 등 감정노동자들은 여전히 고객 폭언에 노출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31 기상콜센터 소속 상담사들이 보호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 받은 폭언 및 성희롱 등 악성 민원은 총 2749건에 달했다. 이중 폭언·욕설이 총 1569건으로 가장 많았고 업무방해(901건), 성희롱(279건) 순이었다.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기상콜센터 소속 상담사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콜센터 감정노동 실태 증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콜센터 상담사들은 보호법 시행에도 여전히 폭언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콜센터에서는 고객 폭언 시 상담사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곽은선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총무부장은 "최근 욕설을 하는 고객과 연결된 적이 있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한 욕설 고객은 '너한테 하는 욕이 아니다'라며 폭언을 퍼부어 전화를 끊을 수 없도록 괴롭히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보호법은 고객 폭언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휴게, 치료 등을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 도입은 요원한 상황이다. 윤민아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전 사회연대부장은 "지난 7월 고객으로부터 '말귀를 못 알아듣네' 등 폭언을 들은 뒤 휴식시간 30분을 부여받은 뒤에도 과호흡, 심장 두근거림으로 더 이상 근무가 어려웠다"며 "조퇴 후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관리자는 '휴식 시간을 줬으니 이후 치료 후 조퇴에 대해서는 임금을 줄 수 없다'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고객 폭언에 노출된 감정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서는 현행 보호법의 제대로된 적용과 함께 사업장 내 보호 조치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경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고객의 욕설·폭언 단 한 건만으로도 콜센터 노동자 등 감정노동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 뒤 이와 관련한 판례가 확대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피해에 놓여있다"며 "감정노동자들은 업무와 관련된 폭언으로 고통받은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올바르게 해석 및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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