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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지자체 보증채무 이행 사후약방문 안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26 18:24

수정 2022.10.26 18:24

13개 지자체 26개 사업에
1조701억 채무 보증 이행
공중에서 내려다 본 강원 춘천시 하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뉴스1
공중에서 내려다 본 강원 춘천시 하중도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뉴스1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사태는 전임 지방자치단체장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지방재정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한 자치단체장의 무모함 탓에 정부재정 50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초유의 사건으로 번졌다. 급격한 금리·환율 상승으로 시장 전반의 변동성과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처가 불을 질렀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자치단체장이 전임자가 시행한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사례가 문제다. 지자체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나아가 '제2의 레고랜드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는 백경현 시장 취임 후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총 4조원 규모의 '구리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강수현 시장 취임 후 옥정물류센터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건축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 남원시는 지난 7월 남원관광단지 모노레일 민간사업자로부터 5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400억원을 들여 시설을 완공했으나 새로 뽑힌 최경식 시장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모노레일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이다.


뒤늦게 행정안전부가 강원도 등 2개 광역지자체와 충북 충주·음성 등 11개 기초지자체의 보증 현황과 보증채무의 이행의사 여부를 확인했으나 사후약방문 격이다. 13개 지자체는 26개 사업을 추진하며 1조701억원의 채무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긴급자금 '50조+α'를 풀기로 하면서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찾는 등 금융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사와 금융사를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5대 그룹마저 '돈맥경화'를 호소하는 형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애초 "강원도에서 대응을 해야 할 거 같다"라며 책임을 강원도에 떠넘겼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회 국감에서 "우리 대응이 부실하고 늦었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늑장대응을 시인했다.
지난달 28일 강원도의 회생절차 신청 발표부터 한 달 가까이 시장에 채무불이행 공포가 확산됐으나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지금도 바짝 마른 돈줄에 유동성은 초비상이다.
자칫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건드릴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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