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서울시내 각 자치구가 좁은 도로의 보행 안전 확보 등을 위한 조례 등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종로·서대문·동대문·성북구 등 강북지역에 많아
9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서울 내 '생활도로' 중 폭 4m 미만의 길은 24%에 달한다.
'생활도로'란 도로 폭이 비좁아 보행자, 차량이 혼재돼 사용하는 폭 12m 미만의 길을 말한다. 이중 폭 4m에 미치지 못하는 도로의 문제점은 이번 이태원 참사때처럼 긴급 재난·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처가 어렵고 보행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치구별로 4m 미만 도로 비율을 보면, 연장 기준으로 종로구(37.7%), 서대문구(32.6%), 동대문구(32.5%), 성북구(31.2%), 은평구(31.0%), 용산구(30.7%) 등 주로 다중이용 밀집도가 높거나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 4m 미만 도로는 건축법에 따른 소방도로 요건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소방차 등의 진입이 어려워 긴급 재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구조가 어려워 정비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보행을 방해하는 불법 주·정차나 적치물이 도로에 혼재해 있는 경우가 많아 보행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사고 현장의 골목길도 폭이 3.2m에 불과해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한꺼번에 여러방향에서 몰리면서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구로구를 제외한 서울시 24개 자치구는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좁은 도로에서의 안전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폭 4m 미만의 도로' 비율이 가장 높은 종로구의 경우 시내 중심가로 시장, 공원 등 다중이용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 2018년 5월부터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과 교통사고 예방 등을 위한 내용의 조례가 시행되고 있지만 좁은 도로에 대한 명확한 관리 주체와 지침이 없고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 소재가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행안전 조례' 실효성 떨어지고 관리에 한계
또 지난 1975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건물 신축 시 4m 이상의 도로 확보가 의무화됐지만 개정 법 이전에 조성된 도로에 대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단속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폭이 좁은 생활도로 내 도로포장 문제는 도로과에서, 적치물의 경우 환경 부서에서 담당하는 등 요소마다 책임 부서가 다르다"며 "도로 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이태원 참사같은 사고 예방을 위해 생활도로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부서도, 구체적 관리지침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치구의 생활도로에 대한 적극적 관리 의지와 명확한 관리 주체, 책임 부여와 함께 이용자인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나서서 모든 생활도로를 정비·관리하는 것이 어렵다면 (생활도로) 인근에 관련 표지판을 세워 안전 보행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며 "불법 적치물 등을 줄이기 위한 시민 의식 개선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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