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물연대는 노동자? 자영업자?… ‘파업 정당성’ 불붙은 쟁점 [사상초유 화물 업무개시명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1.29 18:16

수정 2022.11.29 18:16

정부, 파업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불법행위 관용 없이 엄정대응 입장
화물연대 "발동요건 문구들 모호
ILO 기본협약에도 어긋나" 반발
번호판 없이 달리는 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엿새째 이어진 29일 경기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차를 개별 탁송하고 있다. 뉴스1
번호판 없이 달리는 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엿새째 이어진 29일 경기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성차를 개별 탁송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정부와 노조의 갈등이 '강대강' 구도로 전환됐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고 '집단운송거부'라고 지칭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업무개시명령 발동요건이 모호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에 반한다는 점 등을 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경찰 인력 등을 투입해 화물연대 총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파업 아니라 '집단운송거부'로 보는 정부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경제에 초래될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은 심각한 물류난을 초래할 때 국토부 장관이 결정하고,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발동할 수 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24시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국토부는 화물 기사들의 연락처와 주소 등을 확보해 명령서를 송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화물 차주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무특성상 개별 화물 기사들은 고정된 출퇴근 장소가 없고 계약구조 등이 복잡해서다.

정부는 화물연대는 파업할 때마다 노조로서 정당성 여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화물연대 자체가 화물 운송 개인차주들이 만든 단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개인사업제로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전체 화물노동자 42만여명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명으로 전체의 6%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때문에 화물연대 구성원을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이라고 부르지 않고 '집단운송거부'라고 지칭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고용자 또는 동거가족에게 3차 송달을 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게 돼 있고, 그것도 안 되면 공시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의 총파업과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공정위는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것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부당한 공동행위로 경쟁을 제한하거나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 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경찰 인력 등을 총동원해 명령서 송달 및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에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하는 공무집행 과정에 일체의 방해행위가 없도록 형사, 기동대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측, "업무개시 발동요건 모호해" 반발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전례가 없었던 만큼 화물연대는 실효성과 정당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요건인 '커다란 지장' '심각한 위기' '정당한 사유' 등이 모호한 문구로 이뤄져 있고, 그간 개인사업자로 여겼던 화물 기사들에게 업무복귀를 명령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화물연대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커다란 지장'이나 '상당한 이유' 등 자의적인 요건 규정으로 정부의 입맛에 따라 임의로 처벌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형사법의 절대 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이런 이유로 도입 당시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 왔으며, 그 어느 정권도 함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홍예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