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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춘천 원도심 공동화 현실로...상권 붕괴 가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2.22 12:31

수정 2022.12.23 13:51

도청사 이전으로 상권 이동 불가피
춘천시 도시 재생사업 10년째 제자리
경기가 침체되면서 춘천 원도심인 요선동 상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사진=김기섭)
경기가 침체되면서 춘천 원도심인 요선동 상가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사진=김기섭)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강원도가 봉의동에 위치한 도청사를 동내면 고은리 일대로 이전, 행정복합타운을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춘천지역내 공공기관의 고은리 이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구나 춘천시는 동내면 일대를 '삼각벨트'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 춘천 중심 상권이 원도심에서 동남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원도심 상권 침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파이넬셜뉴스는 춘천 공공기관 탈도심 현상과 도시계획 방향, 이로인한 원도심 침체 등을 심도있게 분석했다. <편집자주>

■공공기관에 부는 탈도심 바람
강원도청 신축 부지가 동내면 고은리 일대로 결정된데다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춘천지역내 공공기관들의 탈도심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탈도심을 꿈꾸고 있는 기관은 강원도교육청, 강원도소방본부, 춘천지법, 춘천지검,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본부, 농어촌공사 홍천춘천지사 등이다.

이들 기관 가운데 고은리로의 이전을 가장 반기는 곳은 강원도교육청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청사 이전 부지를 행정복합타운으로 조성한다고 해 이곳으로의 이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강원도와 충실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춘천 강북에 위치한 강원도교육청은 이미 강원도에 도청사 이전 부지로 함께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여서 고은리 이전은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 도청사에 위치한 도소방본부도 춘천시 우두동에 신청사를 지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를 보류했다. 도청사가 고은리로 가게 되면 거리가 멀어져 재난 대응 등 신속한 협조가 어려워지고 업무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소방본부의 고은리 이전은 곧바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효자동에 조성됐던 법조 타운이 한꺼번에 고은리로 이동할 가능성도 문이 열려있다. 춘천지법은 강원도의 행정복합타운 조성 발표 후 고은리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신청사 부지 부근에 입지 조건이 맞는 토지가 있으면 그곳으로의 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춘천지검은 도청사 신축 부지로의 이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강원본부와 농어촌공사 홍천춘천지사의 경우 동내면 학곡지구로의 이전이 검토되다 현재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고은리에 행정복합타운이 조성된다면 학곡지구 대신 행정복합타운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 신청사가 들어서는 춘천시 동내면 일대. (이미지=강원도)
강원도 신청사가 들어서는 춘천시 동내면 일대. (이미지=강원도)

■춘천상권 중심축 원도심 → 동내면 신도시 이동
춘천시가 동내면 일대를 동남권 신도시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춘천지역 상권 중심축이 동내면 신도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춘천시는 동내면에 위치한 고은리 행정복합타운과 학곡지구, 다원지구를 연결해 '삼각벨트' 개발을 추진키로 했다. 장기적으로 도시가 동남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동내면 발전에 발목을 잡아온 교도소와 소년원이 타 지역으로 통합 이전될 경우에 대비해 교도소 부지 활동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춘천시가 추진중인 학곡지구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복합행정타운을 목표로 진행됐으나 인근 고은리에 복합행정타운이 건설되면 방향 전환을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학곡지구에는 1블록에는 1114세대의 대단지인 중해마루힐이 내년 2월 공급된다. 2블록에 10년 민간 임대 아파트인 모아엘가 비스타(784세대), 3블록에 모아엘가 그랑데(762세대)가 이미 공급됐다. 학곡지구에만 공동주택이 2600세대가 들어서는 셈이다.

동내면 다원지구도 수년째 이어오던 침묵을 깨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다.

다원지구는 춘천지역 마지막 택지개발 지구로 거두리·신촌리 일원 54만㎡에 총사업비 3537억원을 투입해 주거단지와 상업시설, 초등학교와 도시지원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 시행자인 LH강원지역본부는 내년 보상 절차에 들어가 2025년 착공, 2028년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까지 동내면 고은리에 강원도청 등 행정복합타운이 들어서고 다원지구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동남권은 춘천을 대표하는 신도시로 성장하게 되고 상권도 자연스럽게 원도심에서 동남권 신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춘천 원도심 대표 상가인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상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기섭)
춘천 원도심 대표 상가인 지하상가에서 문을 닫은 상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기섭)

■도시계획 방향 전환 후 원도심 침체
춘천지역은 중앙로, 소양로, 요선동, 낙원동, 운교동, 소양동, 조양동, 옥천동, 효자동, 약사동, 근화동 등이 원도심이다.

1980년대 이후 원도심 외곽지역인 퇴계동, 석사동, 거두리, 장학리 등에서 택지개발 조성사업이 시작됐고 택지에는 공동주택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춘천인구가 원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 분산됐다.

이 때문에 원도심 상권은 천천히 무너져갔고 이를 보다못한 춘천시는 2008년 '도심 재정비사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춘천시는 약사동과 운교동, 효자1동, 근화동, 중앙로 일원 63만3830㎡를 약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는 허물어져가는 옛 주택을 철거하고 공동주택인 아파트를 신축하는 형태의 주거 개선사업이 펼쳤다.

또 소양동과 근화동, 낙원동, 봉의동, 요선동, 중앙로 일원 104만5440㎡를 소양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주택과 상가를 개선하는 사업도 진행됐다.

춘천 원도심의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던 도심 재정비 사업은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시 재정비사업은 2014년 민선 6기 최동용 시장 취임 이후 변화가 생겼다.

원도심 재정비 사업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고 대신 도심 외곽지역에 대단지 아파트 건축사업을 잇따라 허가해주면서 도시계획 방향이 틀어졌다. 이 때문에 3000여세대의 석사동 이편한세상 아파트가 퇴계동에 입주했고 삼천동에는 1000세대 규모의 파크자이와 1500여세대의 푸르지오파크 아파트가 건설됐다. 동내면 다원지구도 이때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조양동·운교동 주택재개발사업은 조합설립이 추진된 지 9년만에 취소됐다. 약사동 재개발사업지구 가운데 1구역(옛 시외버스터미널)과 2구역(옛 터미널 맞은편), 4구역(망대 주변), 소양로 재개발사업지구 중 1구역(근화초교 주변), 4구역(옛 국정원 주변), 6구역(의료보험공단 주변)은 아직도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처럼 도시계획 방향이 도심 외곽으로 전환되면서 원도심 재개발 사업은 동력을 잃고 말았고 여전히 해가 지면 어두컴컴해지는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춘천의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근화동 옛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이 주차장으로 변한 채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기섭)
춘천의 대표적인 번화가였던 근화동 옛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이 주차장으로 변한 채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다. (사진=김기섭)

■성과 못내는 원도심 재생사업
2018년 민선 7기 이재수 시장이 취임한 후 원도심 재개발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는 듯 했으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원도심의 대표적인 상권 중 한 곳인 지하상가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한 채 셔터가 내려져 있는 상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명동 상권도 일부 상가를 제외하고는 침체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온의동 타워푸르지오 아파트 지하상가에 모다 아웃렛이 입주하면서 원도심 상권은 다시한번 무너졌다.

김대봉 춘천 지하상가상인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와 대형 쇼핑몰인 모다 아웃렛 오픈으로 원도심 상권이 최악의 상태로 변했다"며 "원도심 르네상스 사업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원도심 개발사업으로 상권르네상스 사업을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성과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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