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박희영(61) 서울 용산구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시 안전사고 대비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26일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경까지 박희영 구청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어 핼러윈 축제 안전조치 부서 책임자인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심문에서 박 구청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사전에 안전 관리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지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 측은 주최자 유무와 무관하게 대규모 인파 행사가 예정된 경우 관할 지자체가 일차적 안전 관리 책임을 진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김 판사 또한 검찰의 입장을 받아들여 박 구청장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 박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구속영장 발부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박 구청장은 참사 이후 휴대전화를 바꾸고 기존 휴대전화 속 전자정보를 삭제한 정황이 발견된 바 있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만 구속 사유로는 참작될 수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경찰 수사를 앞두고 박 구청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구속사유로 명시했다.
박 구청장은 약 3시간의 심문이 끝난 뒤 '어떤 주장을 했느냐', '휴대전화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최 과장은 안전조치 책임이 있는 주무 부서 책임자임에도 참사 당일 부실한 사전 조치와 미흡한 사후 대응을 보여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됐다.
특히 참사 발생 직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적용됐다.
앞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최 과장이 지인과 술자리에서 참사를 인지한 뒤 택시를 타고 사고 현장 인근 녹사평역까지 갔다가 차를 돌려 귀가한 것을 파악했다.
이날 심문에서 최 과장은 참사 당일 점심때부터 술을 마셨으며, 참사가 발생한 밤 만취해 이동 경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김 판사는 최 과장이 고의로 직무를 저버렸다고 봤다.
한편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이 구속되면서 특수본 출범 이후 구속된 피의자는 총 6명으로 늘다.
앞서 5일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51)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이 일명 '핼러윈 위험 분석 보고서'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구속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두 차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끝에 이달 23일 구속됐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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