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건설현장 가보니
수시 안전교육에 외부점검도 잦아
"교육 횟수 늘었을 뿐 차이는 없어"
작업중지권 보장 안돼 실효성 의문
업계 "처벌보다 재해예방 우선돼야"
수시 안전교육에 외부점검도 잦아
"교육 횟수 늘었을 뿐 차이는 없어"
작업중지권 보장 안돼 실효성 의문
업계 "처벌보다 재해예방 우선돼야"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찾은 서울의 일부 건설현장에선 대·중소건설사 간 체감하는 변화의 온도차가 적지 않아 보였다. 건설현장은 안전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사업장이다.
중소건설사 시공현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대부분 "딱히 차이는 없다. 다만 안전교육은 이전에 비해 강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대문의 건설현장에서 만난 중소건설사의 과장은 "조금 더 신경을 써서 하다 보니까 큰 사고는 없는 상태"라며 "이제 작업 투입 전에 무조건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두가 주의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있었다. 신규 근로자는 2시간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외부 안전점검이 좀 더 잦아져 한달에 한번에서 두세번꼴이 됐다. 현장에서는 번거로운 측면도 있지만 이 같은 안전 강화에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사고건수도 예년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뚜렷하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역 인근 공사장의 감리자는 "업주가 안전관리 교육을 조금 전보다 많이 늘려서 하고 있는데 그 점 빼고는 현장에서 특별하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중소규모 현장들은 안전관리 교육이라고 해봐야 사진찍기 수준이고, 근로자들은 교육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작업중지권이 발동되지만, 중소규모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예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소건설사의 경우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대규모 현장은 이제 중지권 발동이 쉽다. 오히려 중소규모 현장들은 건축주와 밀접한 관계 때문에 공사중지가 쉽지 않다"며 "실질적으로 현실화될 수 있게끔 근로자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조항들이 좀 세세하게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의 재개발사업 공사 관리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변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교육이 수차례 계속되다 보니 인부들도 짜증을 낸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굳이 따지자면 사고는 줄긴 줄었지만 미미한 정도"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처벌 위주의 중대재해법을 사고예방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으로 일단 처벌이 강화되니 안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대형사가 안전인력을 늘리는 등 관리에 나서면 중소건설사는 대형사에 안전인력을 뺏겨 안전에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 목적의 법이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해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갑작스레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다 보니 단순히 대표 처벌에 집중돼 근본적인 재해예방이 미흡해 보인다"며 "현장 중심으로 좀 더 체계적인 재해예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도 중대재해법에 대한 보완작업이 진행 중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 부처와 함께 중대재해법에 대한 시행령을 보완하는 태스크포스(TF)가 운영 중이다. 법 내용의 일부를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처벌 중심이 아닌 사고방지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고,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적정한 공사비 산정도 필요하다. 세부적인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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