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섭 전국부 부국장
연간 관광객 200만명 방문, 경제효과 5900억원, 고용창출효과 5900명의 장밋빛 청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각종 송사와 진정, 고발, 수사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얼룩지고 있다.
최근에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 초기에 강원도 레고랜드 추진단장을 맡았던 전 강원도 고위 공무원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조성사업과 관련해 검찰의 참고인 소환 조사를 앞두고 종적을 감춘 후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이쯤되면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잔혹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2013년 10월29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와 영국 멀린사 측이 '레고랜드 코리아' 개발 본 협약(UA)을 체결했지만 춘천시장이었던 이광준 전 시장은 불공정 계약, 무리한 투자계획, 부실사업 전락 등을 지적하며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잔혹사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 프레임으로 엮기도 했지만 최문순 전 지사가 논란을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고 강행하면서 결국 일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2015년 검찰이 레고랜드 사업 시행사 임원 A씨를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결국 징역형이 선고됐고 춘천시청 전 고위 공무원은 뇌물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착공도 하지 않은 레고랜드 코리아 춘천 사업이 100억원의 소유권 소송에 휘말렸다.
레고랜드 중단 촉구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201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최문순 전 도지사 등을 고발했다. 혐의는 임대료 밀실 협약 논란에 따른 허위사실 유포, 부지 고가 매입에 의한 공동배임, 직권 남용, 직무 유기, 매장문화재법 위반 등이다. 이같은 논란을 뒤로하고 레고랜드는 우여곡절 끝에 11년 만인 2022년 5월 공식 개장했지만 장밋빛 경제효과는 공약(空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춘천시가 KT빅데이터를 이용해 방문객을 산출한 결과 레고랜드의 방문객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62만여명에 그쳤고 동절기인 1월~3월23일 까지 휴장인 상태다. 레고랜드코리아는 정확한 입장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강원도는 개장 후 내년 5월까지 입장객 수를 90만 명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수치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고용 효과도 마찬가지다.
레고랜드 조성사업을 반면교사 삼아 모든 자치단체장들은 면밀한 분석 없이 성과 위주의 사업을 강행하면 지자체는 물론 지역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
김기섭 전국부 부국장 kees2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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