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兆 자금 여력 알려졌지만
조달비용 효율성 고려해 차입
평택·美 테일러공장 확대 집중
반도체 불황에도 작년 수준 투자
삼성D "장기투자계획 지장 없어"
조달비용 효율성 고려해 차입
평택·美 테일러공장 확대 집중
반도체 불황에도 작년 수준 투자
삼성D "장기투자계획 지장 없어"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단기 차입한 20조원 대부분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첨단 공정 분야에 투자한다. 자회사로부터 현금을 빌릴 만큼 자금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평택캠퍼스와 미국 테일러 공장 등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계획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도 "투자와 연구개발 계획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막대한 자금 대여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전날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의 단기 차입 계획을 밝히자 차입 배경 등을 놓고 재계가 술렁였다. 국내 최고의 현금 보유력이 있는데다 무차입 경영 기조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자회사에서 운영 자금을 빌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연결기준 회계상으로 볼 때 삼성전자가 100%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단기 차입을 해도 차입금 전체에 변화는 없다"며 "삼성전자가 현금 120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운용되는 만큼 조달 비용을 생각하면 자회사에서의 차입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차입 기간 30개월, 연 4.6% 이자율로 차입한 20조원을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반도체 부문에 모두 투자한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반도체 선제 투자를 통한 '초격차' 전략을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만 반도체 분야에 48조원을 투자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는 만큼 생각보다 현금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이번에 차입한 20조원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기술 투자보다는 평택캠퍼스와 미국 테일러 공장 등 파운드리와 첨단 공정 확대를 위한 공사 대금 지급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평택캠퍼스 3공장(P3)를 완공한 삼성전자는 아직 설비투자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생산에 돌입한다고 알려진 평택 4공장(P4)도 장비 반입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평택 5공장(P5)도 올해 초 공사에 착수할 전망이고,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테일러 공장은 내년 하반기 4나노 공정 양산이 시작돼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수요에 대비하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투자를 계획대로 실행하기 위한 차입"이라며 "향후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여유 현금이 생기면 차입금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현금 대부분을 삼성전자에 빌려주며 혁신 기술 개발과 신사업 진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투자 계획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며 "이자 수익도 있는 만큼 경영실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현금성 자산은 24조7700억원이다. 해외 현금을 포함하면 25조1729억원이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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