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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1년...에너지 패권 경쟁 시대 '공공요금 인상' 불가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2.16 15:38

수정 2023.02.16 15:38

24일 러˙우 전쟁 개전 1년...KIEP 현황 진단
유럽 경제 직격, 우리나라에도 '난방비 폭탄'
이어지는 에너지 패권 경쟁 대응해야

김흥종 KIEP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3북방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흥종 KIEP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3북방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파이낸셜뉴스] 오는 24일 개전 1년을 맞는 러˙우 전쟁이 표면적으로는 지정학적 패권을 둔 유럽 국가 간의 전쟁이었지만 그 여파는 세계 경제 둔화에 코로나 못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 수급 불안정은 EU를 시작으로 전세계의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고, 우리나라에도 '난방비 폭탄'이라는 결과로 일상까지 성큼 다가와서다. 여전히 전쟁의 확산과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전쟁 지난 1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전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6일 서울 중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2023 북방 세미나'를 열고 전쟁 경과와 세계 및 한국 경제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러˙우 전쟁 세계 경제에 하방 압력

김석환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세미나 발표를 통해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첫 번째 영향으로 하방 리스크를 확대한 점을 꼽았다.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에 대량의 인플레이션이 초래됐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금융 제재는 코로나로 발생한 중국 봉쇄와 겹쳐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정을 불러왔다. 이어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간 내 휴전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특히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 탈피 문제 뿐 아니라 새로운 대안 공급의 중심인 중동을 둘러싼 공급 및 가격 안정성 문제가 2023년에 대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
유럽 주요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

장영욱 KIEP 유럽팀장의 의견도 같았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대러 제재와 러시아의 에너지 보복은 유럽 경제에 직격탄이었다. 주요기관의 최근 경제전망보고서는 유럽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고, 에너지 비용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KIEP는 유로존(3.0%→0.0%)을 포함한 독일(1.4%→-0.8%), 영국(4.0%→-0.2%), 프랑스(2.5%→0.3%) 등 주요국의 경제 전망을 전년대비 올해 크게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주요기관의 2022, 2023년도 유럽 주요국 경제 전망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내외 주요기관의 2022, 2023년도 유럽 주요국 경제 전망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우전쟁 이전인 2021년 9월부터 에너지 가격이 급증하자 EU 회원국은 다양한 대응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1월까지 약 6004억유로의 정부 보조금을 지출했다. 독일이 가장 많이 3000억유로 수준을,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도 500억~1000억유로의 지출을 이미 단행했다. 장영욱 팀장은 "팬데믹으로 유럽 주요국의 재정적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또 다른 재정부담의 가중으로 이어지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전세계적인 긴축 기조와 충돌하며 불안정성을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피할 수 없는 '공공요금 폭탄'...대응책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3%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역대 최고 수출 실적을(6839억달러) 기록했지만 무역수지는 적자였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만 동기간 784억달러가 늘어났다. 지난해 총 수입(7312억달러) 가운데 에너지 수입 비중은 28%로 평균 23%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유가변동에 따른 수입액 비중 변화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가변동에 따른 수입액 비중 변화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상열 KIEP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최대 1억t의 유럽수요가 국제 LNG 시장으로 전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세계 LNG 생산설비 이용률은 이미 88%에 달해 단기적 증산은 제한적"이라고 상황을 설명하며, "유럽의 높은 가격 프리미엄으로 국제 LNG 물량의 유럽 집중으로 전통적인 아시아 LNG 수입국가의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은 이미 대체 수요가 석탄으로 옮겨가며 전세계적인 석탄 가격 상향을 부추기고 있다.

석유자원의 경우에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OPEC 등 주요 산유국에 증산을 요청하는 한편 IEA 회원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주도하고 있으나, 러시아산 원유의 가격상한제 등 대러제재에 반대로 중국˙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기존 석유 수급 시장이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석환 교수는 "전 세계에서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2개국 뿐이다"고 강조하며 특히 미국의 경우 "장기적으로 산유국이자 가스생산국으로서 에너지패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 기술 등의 투자도 IRA법 등의 영향으로 미국에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수급 불안전성이 확대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 일본 등의 기존 선진국들은 경제적 위상과 경쟁력에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KIEP도 결국 에너지 저소비 교효율 시대로의 전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공요금을 올리지 않는 원가 반영 억제 정책은 고유가가 6개월 이내의 단기간에 그칠 경우 물가 안정을 위한 일시적 조치일 뿐 현재와 같은 장기적 시장개편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프랑스와 같이 석유 수요에 있어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소득공제 등의 인센티브 제도 마련을, 가스와 전력에도 수요절감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 병행을 제안했다. 유럽의 사례와 같이, 수급 다변화를 꾀할 경우에도 일정 기간은 설비 증설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가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에너지요금 상승은 저소득층 , 영세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소득 보전 중심의 지원 대책 마련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기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는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은 당연히 이뤄져야 하지만 이미 상승한 난방 요금을 추경으로 지원하는 것은 조삼모사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6일 대정부질문에서 "화석에너지 수요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결국 신재생, 원자력과 같은 고급 에너지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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