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등, 요주의 우발채무가 현금유동성 크게 상회
단기 유동성 압박 완화는 긍정적..경기 침체 장기화가 관건
단기 유동성 압박 완화는 긍정적..경기 침체 장기화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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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주요 건설사 11곳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가 94조원을 넘었다. 현대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요주의 우발채무가 현금유동성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위험군 우발채무 외에서도 부실화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발채무 94.2조인데 현금 유동성 12조
2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11곳의 부동산 PF 우발채무는 2022년 9월 말 기준 94조2000억원에 달한다. 책임준공 미이행 시 채무인수(PF 차입금액 혹은 약정금액 혹은 약정한도액), 중도금대출, 정비사업, 일반 도급사업 PF 보증을 포함한 개발사업 우발채무의 합을 더했을 때 분석이다.
건설사별로 현대건설 24조8000억원, 포스코건설 8조3000억원, GS건설 14조5000억원, 롯데건설 12조8000억원, 대우건설 10조2000억원, 태영건설 7조500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조원, KCC건설 3조2000억원, 동부건설 3조4000억원, 코오롱글로벌 2조원, HL D&I 한라 1조5000억원 순이다. 이들 건설사들의 같은 기간 보유 현금 유동성은 12조원에 그친다.
본PF, 브릿지론(토지매입 등 사업초기 소요되는 단기 차입금) 등 요주의 우발채무는 20조원 규모로 분석됐다. 위험도가 낮은 책임준공을 제외한 규모다.
여기에 지역별 특성과 사업장 분양률 등을 고려해 위험군 PF 우발채무를 다시 추려내면 5조원 규모로 분석됐다.
건설사별로 롯데건설, 태영건설이 각각 위험군에 해당하는 PF 우발채무가 각각 1조6000억원(분양실적 저조현장 PF 2100억원+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 1조4000억원), 5600억원(미분양위험지역 브릿지론)으로 가장 많았다.
브릿지론은 현대건설이 3조3000억원(서울 3조원, 경기 2700억원, 대전 300억원) 규모다.
롯데건설은 미분양 위험지역 브릿지론이 1조4000억원 규모다. 인천 4700억원, 대전 3900억원, 대구 3400억원, 기타지방 1500억원 순이다. 롯데건설의 미분양 위험지역 외 브릿지론은 2조8000억원 규모다. 서울 6000억원, 경기 8400억원, 부산 해운대 7400억원, 광주 6600억원 순이다.
태영건설은 분양 위험지역 브릿지론이 5600억원 규모다. 대전 1900억원, 경남 김해시 1100억원, 경북 구미시 1400억원, 기타지방 약 1200억원이다. 태영건설의 의 미분양 위험지역 외 브릿지론은 5900억원이다. 서울 3600억원, 경기 2100억원, 부산 170억원 순이다.
건설사별 현금유동성은 롯데건설이 6800억원, 태영건설은 1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투자협약으로 1조4000억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 2023년 1월 6일 대출약정을 체결, 대출기간은 14개월이다.
태영건설은 티와이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을 장기차입한 데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유동성을 마련했다.
나이스신평은 현재 시점에서는 PF우발채무에 대해 건설사들이 대응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부동산 업황 침체의 장기화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분양 위험지역이 확대하고 미입주가 늘어나면 요주의 PF 우발채무 20조원이 위험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 착공사업장의 분양률이 저조할 경우 우발채무 위험도가 낮은 책임준공도 공사대금 미회수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을 늘리고 추가적인 재무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세진 나이스신평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4실 수석연구원은 "정부 지원책 등이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결국 분양대금이 제대로 상환되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다만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침체된 분양경기의 반등 가능성이 당분간 낮을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 핵심지역으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 지방지역들의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들은 PF 지급보증 규모도 중요하지만 질적 구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 PF 200여곳 부실 현장 정리 필요
부동산 PF 관련 위험은 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승현 무궁화신탁 상무는 최근 법무법인 린이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PF 대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증권사가 PF로 참여한 현장 중 200여곳이 부실화돼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비은행계열에서 사업성 및 재무적인 이유로 본PF 대출을 거부할 때 시나리오다.
실제로 울산주상복합 현장에서 대우건설은 사업을 포기했다. 분양경기 악화로 대주단이 PF 관련 이자율, 수수료율 등 조건을 합의하지 못한 영향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시공사로서 보증을 섰던 후순위 '브리지론(고금리 단기대출)'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갚으면서 발을 뺐다.
비은행계열의 부동산 PF 대출금액은 2008년 13조원에서 2022년 9월 100조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은행은 2018년 64조원에서 2022년 9월 40조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동안 비은행계열의 부동산 PF 대출 지원에 힘입어 개발 프로젝트의 성장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비은행계열들이 최근 유동성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동산 PF의 전반적인 악화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 상무는 "이에 땅을 사지 않아도 되는 정비사업인 차입형 토지사업이 앞으로 뜰 가능성이 높다"며 "증권사에서 PF 주도권을 그동안 가졌다면 앞으로 10년은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서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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