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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률 80%대에 물적분할 진통 '이중고'…DB하이텍 심난한 봄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3.29 05:00

수정 2023.03.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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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 주문 급감에 1분기 실적 둔화 불가피
8인치 공정 한계에 중장기 실적 비관론
팹리스 사업부 물적분할도 주주 반발 극심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전경. DB하이텍 제공

[파이낸셜뉴스] 8인치(200m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DB하이텍의 팹(공장) 가동률이 3년 만에 80%대로 떨어지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특수 종료 후 경기침체와 12인치(300mm) 공정 전환 가속화에 고객사 주문이 급감한 여파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사업 물적분할도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3년 만에 팹 가동률 80%대
29일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기 부천·충북 음성 팹 가동률은 89.64%를 기록했다. DB하이텍 팹 가동률이 80%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9년 3월(80.25%)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DB하이텍은 중국 등 주요국 모바일 산업 부진에 부천 팹은 93.91%, 음성 팹은 84.51%의 가동률을 각각 나타냈다. 일부 공정의 경우 가동률이 7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TV, 노트북, PC 등 전방산업 수요가 위축되자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린 고객사들이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주력 제품 주문을 대폭 줄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년여간 반도체 품귀에 따른 전례없는 8인치 파운드리 호황을 누리며 생산라인을 풀가동했지만, 경기침체, 고물가 여파에 지난해 3·4분기를 기점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는 흐름이다.

상승세를 지속했던 실적도 올해 1·4분기부터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DB하이텍 실적 추정치를 낸 NH·다올투자증권은 DB하이텍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1455억원, 1252억원으로 봤다. 전 분기 대비 5.2%, 18.4%씩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8인치 구형 공정의 한계다. 웨이퍼 원판 지름이 300mm인 12인치에 비해 8인치는 반도체 선폭을 미세하게 구현하기 어려운 구형 공정으로 평가된다. 향후 기술 발전 및 제조비용 이점이 큰 12인치 공정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정보기술(IT)·세트 업계는 12인치 기반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택하는 비중을 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원가 절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12인치 공정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정 전환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금 부담 탓에 DB하이텍은 공정 전환에 신중한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호조는 코로나 특수 영향이 컸다"며 "수익성이 낮은 8인치 파운드리 한계를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실적 급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분할 반발에 주주 설득 안간힘
순수 파운드리 사업 영위 목적으로 추진 중인 팹리스 사업 물적분할도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분할 후 신설 자회가 상장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회사는 이를 진화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DB하이텍 브랜드사업본부는 2007년부터 모바일·TV 디스플레이 화소를 조절해 색상을 표현하는 DDI 등 일부 제품을 직접 설계해 자체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DB하이텍은 입장문을 내고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면 분할신설법인의 상장 진행 여부에 대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모회사 정관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물적분할 후 5년 뒤 상장에 대해서도 모회사 주주총회 특별결의 의무화 조항을 자회사 정관에 신설하겠다고 했다. 모회사 일반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DB하이텍은 이날 정기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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