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새벽, 무단횡단 노인 쳐 숨지게 한 버스기사.. 감형받은 이유는?

'집유 2년' 원심 깨고 벌금 1000만원 선고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어두운 옷을 입고 무단횡단하던 70대 노인을 쳐 숨지게 한 60대 버스기사가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3부(부장판사 이순형)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버스기사 이모씨(69)에 대해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해 1월 2일 오전 6시 56분경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차로에서 버스를 운행하던 중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70대 남성 A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씨는 시속 35km로 운행 중이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씨는 동종범죄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1심에서 "사고 지점에 안전펜스가 있었다. 도로에 눈이 녹아 있어 시야가 좋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방주시의무를 다했다면 제동거리 이전 지점에서 피해자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견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새벽 시간 어두운 옷을 입고 왕복 6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한 피해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라며 1심을 깨고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상당한 금액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유족들과 합의한데다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20년 가까이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온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덧붙였다.

[e-mail]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