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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말로만 떠들어 ‘빛 좋은 개살구’된 금융 규제완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4.10 18:40

수정 2023.04.10 18:52

규제샌드박스 수용 20%뿐
용두사미 안되게 점검해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사진=뉴시스화상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사진=뉴시스화상


규제완화는 현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정권들이 밀어붙인 정책의 화두였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고, 박근혜 정부도 규제를 '손톱 밑 가시' '암덩어리'로 지칭하며 규제를 몰아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아 '규제샌드박스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규제혁신을 외쳤다.

현 정부의 규제완화 의지는 전 정부들보다 더 강해 보였다. 금융 분야에서도 규제혁신책을 여러 차례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과 '업무위탁(아웃소싱) 제도 개선' 등 주목할 만한 정책을 내놓았다. 금융회사와 비(非)금융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 출자 범위를 넓히고 위탁업무도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금융위가 발표한 혁신책들은 현재 추진 중이겠지만 전 정권들의 규제완화 방침은 결국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끝나고 말았다.
여기에는 공직자의 경직된 사고와 권한 내려놓기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했다고 본다. 말로만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떠들다가 결국은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것은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이권 지키기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금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금융당국 규제샌드박스 수요조사 신청건수는 1218건이나 됐지만 겨우 20% 정도인 237건만 지정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이후 금융 분야 규제완화는 겉으로는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어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신청건수 가운데 극히 소수만 받아들인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평균 심사기간도 2020년엔 12일, 2021년엔 32일로 들쭉날쭉했고 갈수록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 것은 과도한 규제 탓이 크다. 디지털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시대에 금융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어 서로 상생하면서 자극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전통 금융체계를 정부가 붙들어 잡고 있으니 혁신의 싹이 돋아날 틈이 없다.

한국의 금융업은 규모 면에서는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음에도 가계와 기업 여수신에 의존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시스템 경쟁력은 세계 23위에 불과했다. 홍콩은 5위, 미국은 10위였다.

원인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과 불필요한 규제다. 한편으로 규제완화를 부르짖으며 지난 정부에서는 5000건 넘는 규제를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발표한 규제완화책은 다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차고 넘친다.
지금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거창하게 떠벌려 놓고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간 상황을 점검하면서 성과가 있거나 없거나 국민에게 결과를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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