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일본 정부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오전 11시30분께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1구 중의원(하원) 보궐선거 지원 연설을 위해 행사장을 방문했다.
기시다 총리가 연설을 위해 약 300명의 청중 앞으로 나선 순간, 한 남성이 연설대를 향해 은색 통 모양의 물체를 던졌고, 곧 바로 통이 폭발해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목격자들은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고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주변에서는 "떨어져라", "도망가라" 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도망쳤고 기시다 총리 또한 차로 피신해 부상은 입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 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물을 던진 남성은 효고현에 거주하는 기무라 류지(24)로 확인됐다. 기무라는 기시다 총리를 향해 투척한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과 매우 흡사한 또 다른 물체를 소지하고 있었고, 배낭에 칼도 숨겨뒀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는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긴급 대피해 와카야마현 경찰본부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가두연설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연설은 약 20분간 이어졌다.
기시다 총리는 사이카자키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해 "심려와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며 "모두 힘을 합해서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의 주역인 여러분의 마음을 선거에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지난 9일 전반부 통일지방선거에 이어 오는 23일 후반부 통일지방선거와 5개 선거구의 참·중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지에서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채 안 돼 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인 데다 내달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임박한 시점이어서 국가 안전망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지 언론들은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일본 경찰이 경비 태세를 강화했지만,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 접촉이 불가피한 선거 유세 현장의 특성상 경호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경찰청에 요인 경호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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