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후 1년만에 용산이 집회·시위 1번지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집회·시위 메카'로 불리던 종로를 제치고 용산이 올해 '집회·시위 접수' 1위에 오른 것이다. 한편 집무실 이전 이후 용산 일대 집회 금지 통고 또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집회 자유 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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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종로 제치고 新집회 1번지 등극
21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경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등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에는 지난달 서울 31개 관내 경찰서 중 가장 많은 430건의 집회·시위가 접수됐다.
윤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해 4월 242건에서 5월 278건으로 소폭 오름세를 보인 뒤, 그해 11월(370건)·12월(537건)·올해 1월(511건)·2월(443건)·3월(487건)·4월(43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통령실 이전 전까지 집회·시위 중심이었던 광화문 광장 등이 위치한 종로경찰서에 접수된 지난달 집회·시위는 354건이다.
종로서 관할에서는 용산 집무실 초기인 지난해 4월(517건)·5월(402건)·6월(380건)만 해도 한동안 용산에 비해 많은 집회가 열렸다. 그러다 지난해 11월(369건)을 기점으로 엇갈리기 시작해, 12월(354건)·올해 1월(325건)·2월(316건)·3월(379건)·4월(354건)으로 매달 300건 남짓 열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와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도심권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대부분은 광화문·숭례문 등에서 집회를 시작한 뒤 용산 집무실 인근으로 행진·마무리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 이후 집회·시위의 중심이 기존 종로에서 용산으로 본격 자리바꿈한 것으로 보인다.
집회 늘면서 '금지 통고'도 증가한 용산
한편 용산이 1년 새 집회·시위 메카로 떠오르면서 경찰이 금지 통고한 집회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이 서울 관내 경찰서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에 따르면 용산서에는 2022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3919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는데, 경찰은 이중 173건(4.41%)에 집회 금지 통고를 했다. 주요 집회가 열리는 남대문서(1.86%), 종로서(1.69%), 영등포서(0.46%)의 금지 비율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경찰이 내세우고 있는 용산 일대 집회 금지 사유로는 대통령 관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토록 한 집시법 11조와,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같은 법 12조 조항이다.
경찰은 최근 대통령실 인근 도로를 ‘주요 도로’로 지정하는 내용의 집시법 12조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해당 개정안이 올 하반기 발효될 경우 집시법 12조를 근거로 한 집회 금지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는 지난달 국회서 열린 집시법 토론회를 통해 "집회는 불편하고 가능한 금지돼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정부·국회·지자체가 갖고 있는 한 (집시법) 개정은 요원할 뿐 아니라 개정되도 취지대로 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사회에서 집회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펼쳐지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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