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작성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
정보과 직원 회유했다는 진술도 나와
정보과 직원 회유했다는 진술도 나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2일 오후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 전 과장 등에 대해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용산서 정보과 직원 A씨는 "(김 전 과장이) 제가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며 "제가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니까 '일일 상황보고서를 보고 내가 축약해서 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냐'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 보고서가 작성된 적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김 전 과장이 그 경위에 대해 추궁한 정황도 진술했다. A씨는 "김 전 과장이 '언론 보도가 전파된 사람 누구냐', '언론 보도 누구냐, 이런 것들을 계속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쓴 보고서를 지우는 게 어떠냐고 해서 너무 당황스러웠고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그 와중에 제가 막 울고 그러니 맨 처음에는 문을 열고 대화하다가 과장님이 사무실 문을 닫고 우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찰이 "왜 증인에게 그런 제안 했는지 아나"라고 질문하자 A씨는 "계장, 과장의 큰 뜻은 잘 모르겠고 제 생각엔 제 지역에서 엄청 큰 일이 일어났는데 이것에 대한 책임 소재가 결국 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정보 수집 목적이 달성되면 보고서를 삭제해야 한다'는 경찰 내부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는 김 전 과장 측 주장과 관련해 관행적으로는 경찰들이 보고서 파일을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이 "기본적으로 작성하신 보고서는 매달 말까지는 보관하나"라고 묻자 A씨는 "네"라고 답하며 인정했다.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 업로드한 보고서를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인지 질문받자 "저는 보관하고 주변 동료들도 보관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박 전 부장은 사전에 작성된 핼러윈 인파 급증 예상 보고서를 참사가 발생한 뒤인 지난해 11월 2일에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과장은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지시를 받고 용산서 정보과 직원에게 A씨가 작성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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