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토킹 합의 위해 2차 가해 빈발...이젠 피해자가 원치 않아도 처벌 [서초카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6.22 18:06

수정 2023.06.28 09:00

반의사불벌죄 폐지
이준석 기자
이준석 기자

스토킹 처벌법의 대표적 제도 허점으로 꼽혔던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다.

반의사불벌죄란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 등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그 의사에 반해 형사 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를 말한다.

스토킹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일반적이었던 사회 인식 속에 사적 애정 표현이나 개인간 감정 싸움 정도로 치부되며 범죄로서의 심각성을 한동안 인정받지 못했다.

1999년 제15대 국회에서 첫 발의된 스토킹 처벌법은 무려 22년 간 국회 문턱 앞에서 좌초됐었다. 그러나 스토킹이 강력 사건으로 비화되는 일들이 늘면서 2021년 10월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강력 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2021년 11월 스토킹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병찬 사건', 2022년 2월 신변보호 중인 피해자를 살해하고 자살한 '구로 스토킹 살인사건' 등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킨 강력범죄가 줄줄이 터지면서 '유명무실'한 법을 질타하는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1일 112신고 시스템에 스토킹 범죄 코드가 신설된 이후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018년 2767건에서 2019년 5468건, 2020년 4515건, 2021년 1만4509건, 2022년 2만9565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80건의 스토킹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왜 스토킹 처벌법 개정에서 핵심 사안이었을까. 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만이 이른바 '살길'이다. 선처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토킹 가해자들이 합의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수백번 연락을 하고 찾아가면서, '스토킹 합의하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결국 2차 가해나 보복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발했다.

실제로 2022년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사건도 스토킹에서 시작된 보복범죄였다.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피해자를 스토킹 하던 전주환은 스토킹처벌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당하자 앙심을 품었다. 전주환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길 원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심 재판 선고 하루 전날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피해자 의사에 관계없이 스토킹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정안에는 온라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규정이 담겼다.
온라인에서 상대방의 개인정보·개인위치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배포·게시하거나, 상대방의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로 규정된다.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납치하는 등 보복범죄 방지를 위해 잠정조치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도입된다.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 여부를 실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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