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기후위기와 인권' 아젠다 제시
'지속가능보고서' 검토 서비스도
'기후위기와 인권' 아젠다 제시
'지속가능보고서' 검토 서비스도
인권위가 지난 1월 국가기관 최초로 '기후 위기는 곧 인권 문제'라며 내놓은 의견표명의 의미는 남다르다. 여전히 '지구온난화 괴담설'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 속에 '기후 위기는 실재할 뿐만 아니라 곧 인권의 문제'라는 확장된 인식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법무법인 지평과 지평의 공익법인 두루가 모여 진정을 접수한 뒤 2년여 만에 나온 의견표명이다.
■'기후 위기는 곧 인권 문제' 인식
송경훈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37·사법연수원 42기)는 몇 안 되는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두루와 함께 '기후 위기로 인한 인권침해를 중지하고, 정부가 인권침해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해달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인권위는 진정은 각하하면서도,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인식 조사' 연구용역을 지평과 두루에 발주했다. '기후 위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은 연구보고서는 인권위의 '기후 위기는 곧 인권 문제'라는 의견 표명으로 이어졌다. 송 변호사는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진정인에 넣었다. 해운대구는 학계와 환경단체 등 여러 곳에서 해수면 상승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오는 2030년 해수면 상승에 폭풍 해일이 겹치면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 일대가 물에 잠긴다는 전망을 낸 바 있다.
인권위 진정에는 '기후 위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송 변호사는 "기후 문제에 대한 그 사람의 인식은 어떤 단어를 쓰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며 "가치중립적인 '기후 변화', 위기를 강조하는 '기후 위기'와 '기후 재앙' 중 인권위 진정에는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해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고 했다.
■우연히 맡은 '김치공장 폐수' 사건
환경·에너지 분야는 법률시장에서 몇 안 되는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법률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로펌 내 전문가는 많지 않아서다. 송 변호사는 "환경에너지 시장 자체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크지 않았던 데다, 환경에너지에 대한 개념 정립도 돼 있지 않아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김치공장 폐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 손해배상 소송' 사건을 우연히 맡아 환경 분야 전문가로서의 첫 발걸음을 뗐다. 김치를 만들 때 쓰는 소금이 물에 섞여 나오자 김치공장 주변 농민들이 "농작물 피해를 봤다"며 낸 소송이었다. 송 변호사는 김치공장을 대리해 재판부와 방류되는 물의 염도를 측정하고, 김치공장에서 나오는 물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물길을 확인하며 공장 일대를 샅샅이 현장검증했다. 송 변호사는 "이때 환경사건의 재미를 처음 느꼈다"고 했다.
■"기업 그린워싱 이슈 늘어날 것"
법률시장 내 환경에너지 분야의 성장세는 환경 관련 규제 강화 추세와 맞물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린워싱' 규제다. 실제로는 환경보호 효과에 도움을 주지 않는데도 친환경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알리는 행위를 그린워싱이라 한다. 포장용기는 친환경소재로 만들었다고 광고했는데, 들어있는 본 제품은 플라스틱이었다는 사례 역시 그린워싱이다. 송 변호사는 "그린워싱이 화두가 된 지는 꽤 오래됐지만, 국내는 표시광고법과 환경기술산업법을 중심으로 한 미흡한 규제로 인해 실효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그린워싱으로 인한 법률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무 영역도 끊임없이 확장 중이다. 송 변호사는 올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센터에서 컨설턴트들과 함께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발간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활동에서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겠다는 'ESG 경영'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새롭게 발굴한 업무 영역이다. 송 변호사는 "친환경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재생 원료 몇 퍼센트'처럼 정확한 데이터로 표기하자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검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지평이 국내 로펌 중 유일하다.
송 변호사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첫걸음은 기후 위기를 인정하는 것부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기후 위기를 인정하고, 적응하고, 감축하고, 대응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훨씬 유의미한 때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정책에 기여하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탄소, 에너지, 해수면 상승 문제 등 환경문제에 있어서 큰 그림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처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공익적인 관점이었던 만큼, 마침표도 미래세대를 위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일로 찍고 싶다"고 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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