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인점포 CCTV 빤히 보던 초등생...두고 간 쪽지에 사장님 '왈칵'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2 04:11

수정 2023.07.12 04:11

무인점포 계산대에 동전을 두고 가는 이하율군(11) / 유튜브 갈무리
무인점포 계산대에 동전을 두고 가는 이하율군(11) / 유튜브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대전 중구의 한 무임점포를 운영하는 사장 A씨가 초등학생이 남기고 간 쪽지에 눈시울을 붉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1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전 중구 대흥동의 한 무인점포 폐쇄회로(CC)TV 영상이 확산했다. 이는 지난달 1일 촬영된 것으로 유튜브 채널 KMIB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무인점포 간식값 900원 두고 간 아이, CCTV 향해 인증

영상에는 배낭을 멘 한 남자 아이가 A씨의 무인점포에서 간식을 고른 뒤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는 계산대에서 물건을 바코드에 찍고는 지갑에 있던 동전을 꺼내 세기 시작했다. 900원을 챙겨 키오스크 뒤편에 놓던 아이는 순간 위쪽에 설치된 CCTV를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동전을 다시 챙겨 양손에 쥐고 손을 뻗어 CCTV를 향해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키오스크 뒤편에 동전을 놓더니 CCTV를 향해 다시 빈 손을 흔들었다. 정확한 금액을 지불하고 간다는 것을 CCTV에 인증한 것이다.

아이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방에서 메모지와 연필을 꺼내고는 한참을 무언가 꾹꾹 눌러쓰더니 쪽지를 동전 위에 올려놓고서야 편의점을 떠났다.

영상을 보던 A씨는 곧장 점포로 향했고, 키오스크 뒤편에서 아이가 놓고 간 동전과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편의점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동전 넣을 곳이 없어서 옆에 900원 두고 갈게요.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점포의 키오스크 동전통은 절도 사건으로 인해 고장난 상태였다.

이하율군이 무인점포에 남기고 간 쪽지 / 유튜브 갈무리
이하율군이 무인점포에 남기고 간 쪽지 / 유튜브 갈무리
절도사건에 상심했던 사장.. "아이 행동에 위로받았어요"

아이가 꾹꾹 눌러쓴 메모를 보고 A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절도 사건 이후 "이런 장사를 내가 왜 시작했나" 자괴감마저 들었지만, 아이의 행동을 보고 크게 위로받았다고 전했다.

A씨는 수소문 끝에 아이가 대전 대흥초등학교 5학년생 이하율군(11)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A씨는 선물을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하율군의 부모는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하율군은 "형이 저나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잘 도와주는 편이어서 형처럼 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다"라며 "고맙게 여겨주시는 사장님한테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후 하율군의 어머니는 작은 화분을 구입해 아들에게 건넸고, 하율군은 화분에 '사장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고 적은 작은 팻말을 무인점포에 갖다 놨다.


며칠 뒤 A씨는 하율군 반 친구들과 교무실에 아이스크림을 선물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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