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하반기 안정세 전망했지만 국내외 변수에 불확실성 커져
전기료·최저임금 인상도 물가 자극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다면 물가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던 정부 예측이 빗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때 이른 호우가 지난해에 이어 커다란 피해를 남긴 가운데 안정세를 찾던 국제곡물 가격도 다시 혼조세에 들어서면서 복병으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전력의 심각한 적자 해소를 위한 전기료 인상이나 2.5% 오른 최저임금 등이 하반기 물가변동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흐름 개선)' 전망에 근거, 우리 경제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 예견됐던 여러 감면 혜택도 다시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전기료·최저임금 인상도 물가 자극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 2·4분기 2조2543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동기에 6조51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적자폭을 3분의 1까지 줄인 셈이다. 3·4분기에는 흑자전환까지 내다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전기요금을 올렸다. 문제는 요금 정상화 과정에서 물가도 같이 오르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 한전의 재정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최대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누적 적자 규모가 커서 완화부담을 위한 동결은 유지하기 어렵다"며 "요금 정상화 과정에서 다른 물가 상방압력 요인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너지 가격 안정에도 체감물가를 높게 유지하던 외식과 식자재 분야 물가가 정부가 우려하던 외부충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격화되며 흑해곡물협정 중단으로 세계 주요 곡물수입원이 막혔다. 밀 가격은 협정중단 선언 3일 만에 13% 급등했다. 이후 해상 곡물수송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더해지며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밀과 옥수수의 선물 가격도 각각 9%, 2% 오름세를 보였다.
아직 러시아 침공 직전에 보인 고점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급격한 물가변동이 일어나며 서민경제에도 시차를 두고 진통이 전해질 전망이다. 국제 밀 가격이 고점에서 많이 내려왔던 최근 정부 주도로 밀가루 포함 상품 가격 역시 급변을 겪어서다. 국제 밀 가격이 아직 제분업계까지 파급되지 않았다던 업계의 우려에도 우선적으로 상품 가격 변동이 일어난 만큼 반등하는 밀 가격으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2.5% 오른 내년 최저임금 9860원도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1544원으로 노동계가 주장한 '최저시급 1만원' 선을 사실상 돌파한 셈이다. 대외적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견되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며 시장도 대응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올해 9월 대출상환 유예조치가 만료되는 소상공인들은 일찌감치 인건비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금인상이 일자리 수 감소를 불러오는 것 역시 불가피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러·우 전쟁이나 국제 에너지 가격 등 대외요인에 비해 물가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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