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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의 적' 자외선 노출 잦으면 피부암 위험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7 10:11

수정 2023.08.17 10:11

3대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 흑색종
한국인 손·발가락, 손·발바닥 등 악성 흑색종 잘 발생
'피부의 적' 자외선 노출 잦으면 피부암 위험 [weekend 헬스]

흑색종
흑색종


[파이낸셜뉴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이어가는 가운데 자외선지수 역시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8월의 한낮 자외선지수는 대부분 지역에서 '매우 높음'으로, 햇빛에 노출됐을 때 수십 분 이내로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수준이다.

자외선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피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검버섯, 사마귀, 점 등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더 주의해야 한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피부암 환자 수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약 40% 이상 증가했다.


피부암, 왜 생기나

피부암은 피부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 혈관육종, 머켈세포암, 유방외 파젯병 등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한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이다. 피부암은 손·발톱을 포함한 전신 피부에 발생할 수 있으나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주로 안면부에 발생한다. 동양인에서 발생하는 악성흑색종은 주로 손발톱, 발바닥에 생긴다.

피부암의 주요 원인은 자외선 노출이다. 햇볕에 오래 노출되거나 짧지만 지나치게 노출된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족력, 유전자 돌연변이, 고령, 하얀 피부, 발암물질 노출, 전구암 병변 동반 등도 발병요인이다.

피부암은 △피부 병변이 갑자기 커지는 경우 △쉽게 출혈이 일어나고 색이 균일하지 않게 변하며 모양이 비대칭인 경우 △지속적인 치료에도 기존 피부질환이 잘 낫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 △손발바닥에 검은 점이나 손발톱에 검은 세로줄이 생긴 경우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설희 순천향대부천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암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발견하기 쉬울 것 같지만 초기에는 일반적인 피부염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며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피부에 큰 흉터가 생길 수 있고, 눈·코·입 등 기능적으로 중요한 장기에 발생 시 기능적 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의 흔한 피부암의 경우 수술적 요법으로 적절히 치료되지만, 진행된 피부암 혹은 특정 종류의 피부암은 환자의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말했다.

3대 피부암 특징은

기저세포암은 가장 흔한 피부암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는 자외선에 의해 발생된 유전자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종양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초래하는 290~320nm 파장의 자외선 B가 세포의 DNA에 손상을 줘 면역억제를 시켜 피부암 형성이 진행되도록 한다.

자외선 노출은 직업적인 장기 노출보다는 간헐적으로 짧게 과다 노출되는 것이 더 위험하고 2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게 된다. 기저세포암은 약간 볼록하게 나온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병변이 초기 증상이며 점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악성흑색종은 가려움증이나 통증 등 자각증상이 없으며 평범한 검은 반점으로 보인다.

편평세포암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을 만드는 '각질 형성 세포'에서 유래한 악성 종양으로, 기저세포암 다음으로 흔하다. 6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며, 대개 색이 없거나 빨간 바탕에 각질이 많이 일어난 형태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사마귀로 착각하기 쉽다. 주로 자외선에 노출되는 얼굴, 목 등에 생긴다. 편평세포암은 대개 작고 단단한 결절로 시작한다. 결절이나 판 모양, 사마귀 모양 또는 궤양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촉진 시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악성 흑색종은 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드물지만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60~70대 고령에서 많고, 40대 미만에서는 드물게 나타난다. 백인은 자외선 노출과 유전적 요인, 거대 선천성 모반이 중요 위험인자지만, 한국인의 경우 자외선 노출과의 관련성이 낮은 손·발가락, 손바닥, 발바닥 등에 잘 나타난다.

오병호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는 "흑색종 발병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자외선 노출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특히 인공태닝의 경우 태닝을 시작한 나이가 어리고 자주 이용할수록 흑색종의 발생 위험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흥미로운 점은 동양인에서 주로 발생하는 흑색종은 일광 노출 부위가 아닌 발가락이나 발바닥에서 생긴다는 것"이라며 "손발에 작용하는 물리적 자극이나 압력이 흑색종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최근 이것이 핵막의 불안정성과 DNA 손상에 의한 것임이 규명됐다"고 부연했다.

조기발견해야 부작용 줄어

피부암은 초기에 피부염과 비슷하게 나타나거나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이 경우 피부에 큰 흉터가 생기거나 눈·코·입 등을 포함한 장기에 발생 시 기능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빨리 검사해야 한다. 피부암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국소 마취 후 3~4mm의 둥근 칼로 피부조직을 미세하게 절제해 현미경적 검사를 실시한다.

치료는 암종에 따라 다르다. 전이 여부, 국소 침윤 정도 등에 따라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전이가 드문 기저세포암은 조직학적 아형, 재발 여부, 병변의 위치 등을 고려해 치료를 결정한다. 보통 외과적 절제술로 종양 주위 정상 피부를 포함해 제거한다. 모즈미세도식 수술은 종양의 경계부를 조직학적으로 확인하며 최소한의 조직을 절제하기 때문에 미용적, 기능적 결과가 좋다.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방사선 치료와 세포독성 약물요법, 광역동요법이 시행될 수 있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보다 재발과 전이가 흔하고, 5년 전이율은 5% 정도다. 면역억제 환자나 종양의 크기가 2㎝를 초과하는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모즈미세도식 수술을 포함한 수술적 제거가 1차 치료다. 방사선 치료는 고위험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쓰이고, 전이된 환자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흑색종은 더모스콥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적 절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주변의 정상 피부를 5cm가량 포함해 절제했고 손발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절단하는 방식으로 수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도한 광범위 수술과 환자의 생존율이 서로 영향이 없다고 밝혀져 흑색종의 두께에 따라 약 0.5~2cm의 정상 피부를 포함해 절제하는 방식이 권고되고 있다. 부위에 따라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법인 모즈미세도식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피부암 예방, 자외선 차단이 답

피부암을 예방하려면 피부암의 가장 흔한 원인인 과도한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3시간 이상 야외활동을 할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고, 최소 1시간 간격으로 덧발라줘야 한다. 햇빛이 강하지 않게 느껴지는 흐린 날이더라도 자외선의 양 자체는 크게 줄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권순효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암을 비롯한 자외선 피부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외선지수가 높은 날에 외출할 때는 햇빛에 피부가 노출되지 않도록 소매가 있는 긴 옷을 입거나 모자, 수건 등으로 자외선이 피부에 닿지 않게 차단해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피부과학회지에서 87개의 문헌을 조사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중해식 불포화 지방산, 카로틴 종류인 리코펜이 흑색종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생선과 야채, 당근, 감귤류 등의 음식에 풍부한 이소프레노이드가 흑색종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토마토, 당근, 수박 등 붉은색 과일과 야채에 많이 포함돼 있는 리코펜은 광반응 억제 효과가 있고, 혈소판 유도성장 인자를 억제해 흑색종에 의해 유발된 섬유세포의 이동과 신호 전달을 줄여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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