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기각했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9일(이하 현지시간) 소송에서 패했다.
미 연방법원은 이날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불허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소송을 낸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에 따라 SEC는 그레이스케일이 낸 비트코인 ETF 신청서류를 재검토해야 한다.
재검토 명령은 새로운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허가를 내주라는 것이어서 9월 중으로 비트코인 ETF가 출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덕분에 비트코인은 6% 가격이 뛰었고,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주가가 15% 폭등했다.
암호화폐 규제에 집중했던 개리 젠슬러 SEC 위원장은 강한 펀치를 맞았다.
워싱턴DC 연방순회법원의 네오미 라오 판사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이미 SEC가 승인한 점을 들어 현물 비트코인 ETF라고 다를 것이 없다며 승인을 위한 재검토를 명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라오 판사는 "그레이스케일의 신청을 기각한 것은 자의적이자 변덕스러운 짓"이라고 지적했다. 선물 비트코인 ETF와 현물 ETF를 왜 다르게 대하는지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SEC는 앞서 그레이스케일이 자사의 비트코인 신탁인 GBTC를 ETF로 전환하겠다는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비트코인 현물 시장이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데다 시장 조작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그러나 SEC의 이같은 주장이 선물 ETF를 승인한 점에 비춰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SEC는 법원 판결문을 검토해 다음에 어떤 절차를 밟을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반대 입장을 지켜왔다.
앞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가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 유일하게 SEC 승인을 받은 비트코인 ETF는 선물뿐이다. 선물 비트코인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를 받는 파생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선물은 CFTC 규제를 받지만 현물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ETF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SEC 입장이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6월 현물 비트코인 ETF를 신청하면서 봇물 터지듯 신청이 줄을 이었다. 피델리티, 인베스코 등도 신청에 나선 자산운용사다.
그레이스케일은 지난해 SEC가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을 반려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이날 워싱턴 연방순회법원이 인용한 것처럼 자사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을 했으면서도 현물 비트코인 ETF는 승인하지 않는 것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결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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