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부가 후판 개척 첨병' 동국제강 당진공장 가보니[르포]

홍요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4 11:00

수정 2023.09.04 11:24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시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달궈진 슬라브가 압연 작업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시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달궈진 슬라브가 압연 작업을 위해 옮겨지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당진(충남)=홍요은 기자】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시 동국제강 당진공장에는 1100도로 뜨겁게 달궈진 주황빛 슬라브(반제품)가 압연 작업을 거치고 있었다. 위, 아래로 약 1만1000t의 힘까지 누를 수 있는 롤러 사이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슬라브의 모습은 마치 붉은 혓바닥이 길게 날름거리는 것 같았다. 후끈하게 올라오는 수증기 사이로 직육면체의 슬라브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얇고 긴 후판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보였다.

후판 사업 체질 개선, "손 많이 가도 우리만의 것 만들자"
당진공장은 동국제강의 유일한 후판 생산기지로 지난 2010년 가동 시작 후 연간 150만t을 생산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을 생산한 후 포스코·현대제철과 함께 후판 ‘빅3’로 통했다.

다만 동국제강은 현재 고부가·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로 후판 사업 체질을 개선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동국제강 조선용 후판 사업이 침체기를 겪은 영향이다. 조선업 고도성장기에 국내 후판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조선업이 정체되며 과잉공급 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압연 작업을 마친 후판이 열을 식히는 냉간대에 놓여있다. 동국제강 제공
압연 작업을 마친 후판이 열을 식히는 냉간대에 놓여있다. 동국제강 제공
특히 지난 2018년 김지탁 동국제강 당진공장장 부임 후 체제 개선이 본격화됐다. 그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특화된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김 공장장은 "타사가 안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제품에 눈을 돌린 것은 기존과 똑같이 압연할 경우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라며 "과거 후판 생산량의 60%가 조선향이었다면 현재 약 30~40%수준까지 줄어 수요처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11년 만에 첫 흑자전환 "엔지니어 기술력 덕분"
동국제강의 대표적 고부가 제품으로는 저탄소 열처리 기법을 사용한 TMCP 후판, 길이 방향으로 두께를 다르게 압연해 안정성을 높인 'LP Plate', 서로 다른 금속을 결합해 부식에 강한 '클래드 후판' 등이 있다. 이는 해양플랜트, 화학플랜트, 압력용기 등에 쓰인다.
동국제강이 생산한 클래드 후판.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이 생산한 클래드 후판. 동국제강 제공
아울러 '스틸샵'을 통한 온라인 주문 후 7일 이내로 '초단납기' 배송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후판은 기성품이 없어 2~3개월까지 납기가 밀리는 경우가 있지만, 당진공장은 슬라브 재고를 상시 확보하고 즉각 압연 작업에 집중하는 단압밀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이 같은 사업 체제 전환은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당진공장은 지난 2021년 가동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배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금재 동국제강 후판생산팀 부장은 "해외 다양한 제철소에서 슬라브를 구매해 압연해 온 경험과 과거 1·2후판공장을 운영해 본 전문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이 쌓인 덕분"이라고 자부했다.
동국제강 클래드 후판으로 제작한 압력용기 모형. 동국제강 제공
동국제강 클래드 후판으로 제작한 압력용기 모형. 동국제강 제공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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