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킬러규제 막을 '규제영향분석' 도입해야 [FN 재계노트]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09 05:00

수정 2023.09.09 05:00

이상헌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혁신팀 팀장
이상헌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혁신팀 팀장

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최근 정부가 킬러규제 혁파를 내세우며 규제혁신 동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이 킬러규제 개선을 지시한지 하루 만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15개 킬러규제를 선정한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산업단지·환경·고용분야 킬러규제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 모래주머니에 비유했던 규제를 킬러라는 다소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규제혁신 의지를 다시금 강조하고 나선 모습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도 규제혁신 의지가 엿보인다. 30년 만에 산업단지 입주업종, 토지용도, 매매·임대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또 과도한 부담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환경규제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선하고,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고용 규제도 완화한다. 경제계도 기업활력 제고에 도움이 될 거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대 정부가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제거에 비유하며 규제혁신을 추진하고도 정작 그 성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규제혁신을 추진하더라도 정작 입법이 지연되거나 갈등 이슈에 막혀 뚜렷한 성과를 내지도 못한 채 동력만 약화되는 일이 되풀이된 탓이다.

지금 당장은 킬러규제 혁파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지는 규제를 관리할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킬러규제 발굴해 개선해도 새로운 규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는 기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규제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혁신 노력에도 우리나라의 규제 강도는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받고, 여전히 규제가 많은 이유다.

이와 더불어 규제의 신설·강화에 좀 더 엄격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의로 만들어진 규제도 시간이 지나면 기업 활동이나 투자를 저해하는 킬러규제가 되기도 한다. 또 한 번 도입되면 없애기 어렵고, 이미 도입된 규제는 개선하거나 폐지하려면 도입할 때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입 당시 논란이 많았던 화평법·화관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를 보더라도 규제가 도입되고 몇 년이 지나 결국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킬러규제로 지목되고 있다.

규제의 대부분은 의원입법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난 5년간 제·개정된 규제 법률 10개 중 9건은 의원발의 법안이라는 분석결과도 있다. 그런데 의원발의 법안은 정부발의 법안과 달리 규제영향분석 절차가 없다 보니 기업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법안을 사전에 검토하기 어렵다.

발의법안 건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영향분석 도입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일은 아니다. 21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6건이나 계류되어 있다. 18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제도화의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법안이 계류되어 있고, 국회 내에서 공감대도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규제혁신은 성장이 정체된 우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원동력이다. 정부가 방향성을 잃지 않고 킬러규제 혁파에 역량을 집중하고, 국회도 규제혁신을 위한 입법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
또 잠재적인 킬러규제가 최소화되도록 규제영향평가 제도가 조속히 도입되기 바란다. 규제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보다 나은 규제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상헌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혁신팀 팀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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