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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요란한 '지방시대' 선언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9.24 19:36

수정 2023.09.24 19:36

[강남시선] 요란한 '지방시대' 선언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의 단초는 연방제 수준의 분권화에 달렸다. 강력한 지방분권 실현은 균형발전의 단초다. 헌법에서 구체적인 권한 배분, 지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지방정부의 재정자율권 보장과 입법권 보장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가 줄곧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는 형식적 수사에 머물러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분권화를 통한 다양한 제도개선의 성취가 전제조건이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항대립적 구조가 불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도하는 개선은 다분히 형식적이고 제한적이다.

정부가 최근 지방 시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각 지역 형편에 맞는 특구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이전과 청년인재 육성 등 현재 지방이 안고 있는 여러 난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꽤 익숙한 정책이 여전히 눈에 띈다. 문제는 강력한 의지다. 세금을 깎아주고 인센티브를 늘린다고 지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도권에 집중된 권한과 자원, 또 이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없는 한 무용지물이다.

중앙이 지방에 대한 통제와 감독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중앙의 권한을 이양한다는 것은 용돈 주는 행위에 불과하다. 얼추 권한의 분산된 형태를 취하는 모양새로 보이지만 실상은 중앙화의 예속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가시스템은 낡고 병들어 있다. 국회는 소위 쪽지예산으로 각 지역 나눠 먹기식 예산 배분에 혈안인 데다 중앙부처는 수천개의 보조금과 위임사무로 지방정부를 길들이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병폐를 개선하지 않고 추진하는 분권정책은 한계가 명백하다. 권한이양은 재정과 권한을 지방에 과감히 넘기는 것이다. 연방제 수준의 분권이 필요한 이유가 이런 이유다. 권한배분도 지금처럼 사무단위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자리, 주거, 복지 등 대규모 기능별 일괄이양을 해야 효과가 커진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자치분권 확대와 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건 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했지만 얼마 안 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확대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이라는 수도권 위주 개발주의 정책으로 수도권 집중현상만 가속화한 것이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지방은 위로부터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보는 시각이다. 중앙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모든 지역이 지방이고, 중앙이다. 분권을 먼저 이뤄내야 자립이 성립한다.

윤석열 정부도 여기서 얼마나 나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방 시대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획기적인 정책이 별로 없다.
물론 정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역대 정부들이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며 요란한 잔치를 벌였지만 그 풍경은 늘 씁쓸하고 황폐했다.
특히 지역정책을 설계해놓고 수도권 집중정책 시행이라는 엇박자로 효과를 반감시킨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전국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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