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경제성장의 원동력] (하) 위기의 이공계 전문인력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연구개발(R&D) 효율화를 달성하면서도 충분한 이공계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대학 등과의 디테일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공계 학생이 현재 81만명 수준에서 오는 2050년에는 42만명까지 줄어 과학기술 인재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개발(R&D) 카르텔'이라는 부정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전문인력 감소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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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에 분위기까지 최악
이공계 전문인력으로 성장하려면 의대 교수와 비슷하게 보통 18년 이상 소요된다. 대학 4년,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5년이상, 군생활에 박사후연구원 생활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도 신기술 유망산업의 인력이 4% 내외로 부족하지만 저출산이 지속적으로 심화되면서 2050년에는 이공계 고급인력이 절반 이하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분석한 이공계 전체 학생은 1999년 86만5668명에서 올해 81만413명까지 줄었다. 2050년에는 42만7457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이공계 대학원생은 2025년부터 본격 하락해 석·박사과정생 규모가 2050년을 전후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졸업자 수 역시 2030년을 전후로 2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카르텔'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전문인력이 이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인식 기초연구원(IBS) 희귀 핵 연구단 단장은 "젊은 박사후연구원들이 내년에 어떻게 되는지 계속 물어온다"면서 "현재 과학계의 전체적 분위기는 굉장히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초과학 쪽은 자존심과 열정으로 먹고 사는 집단중 하나인데, 젊은 과학자들은 카르텔 프레임이 씌워진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제식 대신 시스템 육성 필요
인구변화로 인한 과학기술 인재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R&D 예산을 줄이더라도 예측 가능한 정책을 유지하고 인재육성 정책을 새롭게 가져가야 한다.
또한 대학들이 입학 정원의 변화를 주고, 인재들이 연구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기업들은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인력수요시장을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한인식 단장은 "R&D 예산을 너무 많이 지원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처럼 대폭 삭감하는 것은 인재 공백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이상 한 분야를 위해 달려왔던 젊은 연구자들이 한번 떠나면 잘 돌아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에 R&D 예산 지원을 줄이더라도 어느정도 회복 가능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예측이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Z세대들이 진입하면서 대학원도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과학기술 연구분야의 인재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STEPI 홍성민 혁신성장정착본부장은 "앞으로 인재를 키우는게 옛날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고, 개개인이 알아서 진로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보다 더 잘 갖춰진 연구자 훈련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공계 전문인력은 통상 대학원 진학때와 박사학위 수료 후 박사후 연구원때 평생의 연구방향과 진로가 결정된다. 홍 본부장은 "이때 교수가 아닌 진로상담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진로지원센터가 있지만 이공계를 잘아는 컨설턴트를 따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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