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한 화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진압이 어렵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 평소 배터리 충전을 80% 수준까지만 할 것을 조언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기차 화재 42건
5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화재는 42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피해는 6명, 재산피해는 8억3478만원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건수는 2020년 이후 매년 2배씩 늘고 있다.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이다.
올해는 이미 상반기 발생건수만으로 40건을 넘겼다. 산술적으로 따져본다면 80건 이상 발생할 수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제주시 봉개동 한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나 1시간 30분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14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북구 만덕교차로에서 달리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가 대피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시 이 차량을 몰던 20대 운전자는 즉시 119에 신고했고 4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 나타나지 않던 인명피해는 2021년 1명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4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2020년 3억6074만원 △2021년은 8억7808만원 △2020년 9억705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화재 발생 요인은 전기와 부주의가 가장 많았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 121건 중 전기로 인한 화재는 29건, 부주의는 22건이었다.
같은 기간동안 장소별 전기차 화재는 일반도로가 4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주차장 46건, 고속도로 12건, 기타도로 7건 순이었다.
"전기차 화재 물 뿌려 진화 어려워"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34만 7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0.01%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내영기관 차량의 화재 발생 비율인 0.02%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전기차 화재는 발생 시 진압이 어렵고 진압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가 하부에 설치돼있기 때문에 물을 뿌려 진화하기 어렵다"라며 "리튬형 배터리를 사용하다 보니 폭발 위험이 있고, 화재 시 불산이나 유도가스가 나와 인체에 해롭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량 충전할 때 불편하더라도 80%까지만 충전하기를 권한다"라며 "배터리에 충격을 많이 주는 옆면 충돌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세진 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앞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관련 화재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며 "경우에 따라선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관련 화재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해 맞춤형 장비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현재 전기차 화재진압을 위해선 질식소화덮개, 이동식수조, 상방방사관창, 관통형관창, 수벽형성관창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립소방연구원은 약 2년에 걸친 실증 실험 연구를 거쳐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를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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