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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라서 문제였을까 [기자수첩]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0.05 14:39

수정 2023.10.05 14:39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사진=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오늘 우울해서 빵 먹었어"라는 말에 'T'는 "무슨 빵을 먹었느냐"고 되묻는다. 'F'는 "뭐가 우울하냐"고 살핀다. 16개 성격 유형검사(MBTI)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요소는 T(이성)와 F(감성)다. 인과관계와 해결책에 집착하는 'T'의 속성은 최근 웃음을 넘어 비판의 대상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못 먹겠다"는 불안에 "과학적으로 처리해서 괜찮다"는 정부는 굉장히 'T'에 가깝다. 실제로 정부는 모든 불안에 성실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방사능 처리를 위해 첨단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성능은 우리나라 전물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해줬다.


방류가 시작되고 오염수 8000t이 흘러나왔다. 다시 불안감이 퍼지자 해수 내 방사능 물질의 베크렐 기준을 밑돈다고 해명했다. 후쿠시마 인근 해역 색깔이 변했다는 것 역시 사진 상 차이가 빚어낸 가짜뉴스로 밝혀냈다.

계속해서 불안을 호소하는 국민들은 때로 지난 광우병 파동에 빗대어지기도 했다. 과학적 증거를 외면하고 기분에 휩쓸려 수산업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 해를 끼친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수산물을 먹을 수 없다.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는 수산물을 딱 끊어버렸다. 최근 부모님이 아팠던 집도 마찬가지다. 어린 자녀의 밥상에 수산물을 올리지 못하겠다는 집도 적지 않다.

기자로서 정부의 설명과 과학적인 사실을 매일같이 전해 듣지만, 이를 근거로 주변을 설득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정부 선택한 방식은 또 한 번의 해결책 제시다. 추석을 앞두고 방문한 대형 마트에서는 수산물을 60%까지 할인하고 있었다. 농축산물보다 10~20% 가량 높은 할인율이 수산물에 덧씌워졌다. 연간 세수펑크가 60조원 가까이 전망되는 가운데 수산물 소비 활성화에 1440억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원책이다. 불안감을 다독이는 행보가 정책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면, 필요 없는 지출일 수 있었다.

5일 2차 방류가 시작됐다. 방류는 30년간 이어진다. 불안은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불안을 반박하는 방식은 계속해서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냈다.
전문가 영역의 과학을 두고 일반인의 일방적인 이해를 바라기는 어렵다.

정책의 근거와 실행은 지극히 이성적이어야 마땅하지만 이를 소통하는 방식은 'F'가 낫다.
'빵'만을 묻는다면 결코 '우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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