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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커지는 노후 불안에 퇴직연금 관심 급증"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02 18:25

수정 2023.11.03 08:24

정재영 신한은행 연금솔루션마케팅부장
업계서 '퇴직연금 살아있는 역사'... 국민연금 고갈·노인빈곤 걱정커져
5년전부터 문의전화 매일 쏟아져... 중간정산 받는 경우 가슴 아파
고객 연금 지킴이 사명 다할 것
[fn이사람] "커지는 노후 불안에 퇴직연금 관심 급증"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정말 높아졌습니다. 2015년만 해도 퇴직연금 문의 전화가 일주일에 많아봐야 10통 정도였으니까요."

20년 이상 퇴직연금을 담당해 온 '퇴직연금의 산증인' 정재영 신한은행 연금솔루션마케팅부장(사진)을 2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정 부장은 "불과 8년 전인 2015년만 해도 퇴직연금 고객관리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2004년 12월부터 퇴직연금이 도입됐지만 연락 오는 고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2018년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매일 100여건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퇴직연금 도입기간이 늘어나면서 운용자금 규모가 커지자 고객의 관심이 급증한 것이다. 정 부장은 "특히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의 경우 가입기간이 길어지면서 동료들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자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된 데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그렇고 국민들도 퇴직연금에 많이 신경쓰는 분위기"라며 "다만 우리는 중간정산 요건이 많고, 퇴직연금도 아직 의무화돼 있진 않다. 가령 호주의 경우 퇴직연금 입금관리를 국가에서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퇴직연금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하는 정재영 부장. 물론 다른 은행 업무도 의미가 있지만 퇴직연금은 고객들의 노후자금이다 보니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뿌듯해했다.

정 부장은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그 돈은 기업에서 은행으로 넘어와 있는 만큼 기업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가 퇴직연금 지킴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퇴직연금 업무는 일반 은행 업무와 많이 다르다. 그는 "퇴직연금업무는 은행 내의 또 다른 은행, '스몰뱅크'라 할 수 있다"며 "일단 판매하는 상품도 보험, 펀드,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등 모든 금융권 상품이 다 들어와 있고 관련 법령도 다 익혀야 해서 사실 쉽진 않다"고 토로했다. 퇴직연금 관련 법령이 계속 바뀌는 데다 운용하는 상품이 다양하다 보니 자본시장법도 봐야 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익혀야 한다. 보람이 크긴 하지만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

그러다 보니 퇴직연금을 중간에 정산받는 경우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 부장은 "부디 고객들이 퇴직연금을 끝까지 유지해서 연금으로 전환해 노후에 잘 쓰면 좋겠다.
퇴직연금은 은퇴할 때까지는 없는 돈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종로5가 주변을 다녀보면 우리나라 노인층 빈곤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퇴직연금을 중간에 가져가지 못하게 좀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부장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보면 요즘은 IRP를 주제로 대화하는 젊은 직장인이 많은데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퇴직연금 지킴이로서의 사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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