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압박할 것이라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고했다.
프렌드 쇼어링이란 중국, 러시아 등 서방과 적대적인 국가들에서 서방에 우호적인 나라들로 공급망을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프렌드 쇼어링, 물가 압박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이하 현지시간) ECB 설문조사에서 유럽 다국적 기업들 대다수가 프렌드 쇼어링이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프렌드 쇼어링을 통해 정치적인 우방국들로 생산을 옮겼다고 답한 다국적기업들이 4배 가까이 더 많았다.
설문 응답 65개 업체 가운데 42%는 우방국 시장에서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기업의 60%는 공급망을 우방국으로 이동하고 그 곳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지난 5년간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왔다고 답했다.
앞서 올 여름 조사에서는 45%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됐다고 답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연초 세계 교역시스템 분화가 "지난 2년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외교적 갈등으로 세계 교역 분화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등이 한 축을 형성하고, 미국과 서방 등이 다른 한 축을 형성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다.
그 외 나라들은 이 양대 축 가운데 한 곳을 골라야 하는 처지가 된다.
순탄치 않아
공급망, 세계 교역 양극화는 세계 경제 위축으로 이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같은 프렌드 쇼어링 여파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2%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ECB는 6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생산설비를 유럽연합(EU) 역내로 재배치하는 결정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면서 "반면 수요와 비용 요인은 EU에서 밖으로 생산설비를 이동하는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ECB는 그러나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수 기업들이 배터리 소재 등 원자재를 중국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고,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ECB는 프렌드 쇼어링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 비용, 사업모델, 공급망, 계약 재조정 등을 감안할 때 전개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기업들은 핵심 원자재를 다른 곳에서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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