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쿠팡은 잘 나가는데 제 주식은 왜"...쿠팡은 왜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할까 [e종목은 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1.19 13:51

수정 2023.11.28 15:18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제공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시아의 아마존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가를 장기적으로 보라는데 백만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
쿠팡의 주가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모두 성장세라지만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매출 올라도 주가는 떨어졌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3% 오른 16.0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 초 15달러 초까지 떨어졌다가 16달러를 회복했다.

다만 차트를 길게 보면 1년 이상 20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2021년 3월 쿠팡의 상장 당시 공모가는 35달러, 상장 당일에는 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고, 지난해 4월부터는 20달러 아래에서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쿠팡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3·4분기 매출액은 61억8355만달러(약 8조169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21%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8748만달러(약 1134억원)로 13% 증가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다. 올해 누적 흑자 규모는 3억4190만달러(약 4432억원)로, 2010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3·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5달러에 그쳐 시장 전망치(0.7달러)를 밑돌았다. 이 때문에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월가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4% 상회했으나 영업이익은 39% 하회했다"며 "지난해부터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선언했지만 3·4분기부터 투자 재확대를 본격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모가 회복하려면 '첩첩산중'
'지금의 주가가 저점이냐'는 물음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 김명주 연구원은 "3·4분기 실적 부진의 요인은 대만시장 확장에 따른 신사업부문의 적자 폭 확대"라며 "예상치 못한 성장통으로 단기 주가 부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쿠팡의 대만시장 내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신영증권 서정연 연구원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쿠팡의 전략은 적절하다고 판단하나 여전히 비교기업(peer)에 비해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은 주가 매력도에는 부담"이라고 짚었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상장했다는 '꼬리표'도 아직 달려 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타이틀로 상장했는데 아마존도 2021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투자콘텐츠팀장은 "상장 당시부터 기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며 "소프트뱅크가 지분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주가가 오르면 (소프트뱅크가) 언제든 지분을 팔 수 있다'는 분위기가 쿠팡의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국내 유통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상황과 규제 환경이 쿠팡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효과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국내 소비재업계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정부의 빅테크 규제를 경험한 상황에서, 한국정부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거칠게 다루는 걸 지켜보고 있다"며 "쿠팡의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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