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대병원이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술 경과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열고 부산대병원에서 헬기로 이송한 배경도 설명했다. 병원 간 협의는 이 대표 측의 이송 요구로 이뤄진 것인데, 의료계에서는 “응급상황에서 굳이 그랬어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응급환자 아니어도 헬기로 이송할 근거 있다"
지난 2일 오전 부산 일정 도중 흉기 피습을 당한 이 대표는 목 부위 흉기로 인한 자상(날카로운 것에 찔려서 입은 상처)으로 인해 내경정맥(속 목 정맥) 손상을 입었다.
피습 당일 부산대병원 응급외상센터는 지혈을 위한 응급처치와 혈관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CT촬영을 진행한 뒤 경정맥 손상이 의심되며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수술을 집도하기로 하고, 보호자 동의가 필요해 의향을 물었으나 이 대표 측 요청에 따라 이 대표의 수술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보통 정치인의 경우 유세 현장에서 피습되면 응급환자가 아니더라도 4항(그 밖에 응급의료헬기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근거해 헬기로 이송할 수 있다”며 “이번에 이재명 대표 이송에 헬기가 투입된 것도 4항에 근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습격당한 정치인을 육로로 이송할 경우 또 다른 피습을 우려할 수 있고, 교통사고도 날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이럴 때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어 헬기로 이송해야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 위급했으면 부산대병원서 수술 받았어야...아니라면 "육로로 이동"이 맞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로 온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는 등 외상치료에서 손꼽히는 병원으로 평가받는다.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 도착 당시 의료진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등을 통해 ‘경정맥 관통손상으로 응급 수술 필요’라는 진단을 내렸다. 내경정맥 손상으로 수술 중 출혈이 우려돼 수혈이 필요할 수 있어 혈액 신청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이송을 요구하면서 수혈용 혈액을 이송 헬기에 실려 보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수술 동의를 받으려 했으나 서울대병원으로 가겠다는 보호자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개인 SNS에 “지방 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학교병원을 놔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응급상황이었다면 부산에서 치료받았어야 했다”며 “지역 응급의료체계를 존중해줘야 했다. 지역의료에 대한 불신이 커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SNS를 통해 “일반인도 ‘서울대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주냐”면서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 하면서 ‘지방의료 활성화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 역시 "소방헬기를 한번 띄우는 데 2000만원 정도가 소모된다. 이는 전부 국민 혈세"라면서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은 특혜이고 권력의 남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경험 많은 혈관외과 수술이 필요한 상황"
한편, 이 대표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건 당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당직 교수, 외상센터 당직 교수가 연락돼서 이 대표의 이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혈관·신경·기도·식도와 같은 중요 기관이 몰려 있어 상처 크기보다는 얼마나 깊이 찔렸는지와 어느 부위를 찔렸는지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라며 “목 정맥이나 목 동맥의 혈관 재건술은 어려워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부산대병원의 전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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