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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가격 대신 점유율 선택', 국제유가 5% 폭락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9 01:23

수정 2024.01.09 10:44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7일(현지시간) 아시아 석유수출가격을 인하하면서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가까이 폭락했다. 2019년 10월 12일 사우디아람코 최대 정유설비가 있는 아브카이크에서 한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7일(현지시간) 아시아 석유수출가격을 인하하면서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가까이 폭락했다. 2019년 10월 12일 사우디아람코 최대 정유설비가 있는 아브카이크에서 한 직원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

국제유가가 8일(이하 현지시간) 5% 가까이 폭락했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석유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우려가 다시 불거진 탓이다.

CNBC에 따르면 미국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월 인도분이 5일 마감가에 비해 배럴당 3.67달러(4.93%) 폭락한 70.17달러로 추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3월물이 3.44달러(4.37%) 급락한 75.32달러로 미끄러졌다.

이날 매도세는 사우디가 촉발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사우디아람코가 전날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하는 아랍라이트크루드 가격을 배럴당 2달러 낮춘 것이 석유 매도를 불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지난해 11월 30일 이번 분기 하루 220만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뒤 나온 조처였다.

미국과 브라질, 가이아나 등 미주대륙 산유국들이 사상최대 석유 생산에 나서면서 공급이 줄어들지 않고, 세계 최대 석유수입국 중국은 팬데믹 이후 경기부양에 실패하면서 석유수요가 줄어들어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도 유가에 예전과 같은 큰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서열 3위가 사망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레바논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지만 유가는 폭락했다. 이란과 아라비아만 사이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우려 속에서 브렌트가 배럴당 1.72달러, WTI는 2.16달러 오른 것이 지정학적 위기가 반영된 유가 상승분 전부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유명 석유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8일 분석노트에서 "감산 속에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확실한 경기둔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플린은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지만 시장은 수요둔화로 인해 공급 충격 위험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착륙이 부드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산유량은 사상최고치 수준을 오가고 있다. 지난주 미 산유량은 하루 1320만배럴로 추산됐다.
또 석유·정제유 재고 역시 1000만배럴 넘게 급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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