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무너지는 지방 건설사… 연초부터 '분양보증 사고' 터졌다

이종배 기자,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5 17:56

수정 2024.01.15 17:56

익산 민간임대 아파트서 발생
시행사 자금난에 공사 올스톱
광주에선 중도금 이자도 못내
지방發 유동성 위기 공포감에
대규모 보증사고 번질라 우려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태영건설 사태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지방의 한 사업장에서 주택보증사고가 발생했다. 우려했던 건설사 연쇄 부도·파산에 따른 대규모 보증사고 발생이 현실화 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전북 익산시 등에 따르면 익산시 중앙동에 건설중인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에서 지난 2일자로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민간 임대아파트도 일반 아파트처럼 HUG에 분양보증(임대보증금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이 아파트는 1개동 136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로 '더유은'이 시행하고 '거송건설'이 시공하는 민간임대다. 당초 입주가 지난해 10월말에서 올 3월로 연기됐으나 시행사가 자금난에 처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HUG 관계자는 "현재 공정률이 50.18%로 실행 공정률보다 턱없이 저조해 보증사고가 발생했다"며 "지속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워 임대보증금 반환절차를 밟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136가구 가운데 분양 계약자(임차인)는 126가구로 파악되고 있다"며 "시행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공사가 드문드문 진행되다가 지난해 8월부터 아예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이들 임차인들은 1억원 가량의 보증금을 낸 상태다. HUG 환급이행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입주를 계획했던 126명의 계약자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등 간접적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시장 경색에 태영건설 사태 등으로 민간 임대아파트마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막히고 있다"며 "지방 영세업체의 경우 하루하루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간 임대아파트의 경우 보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일정 부분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실제 HUG 통계를 보면 임대보증금 보증 사고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2018년 1건, 2020년 1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3건(사고금액 933억원)으로 늘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은 "시장 침체, 미분양 적체, 공사비 폭등, 건설사 유동성 위기 등이 민간건설임대 아파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방 민간건설임대의 경우 대부분 중소 시행사 및 건설사가 하다 보니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연초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건설사가 속출하면서 대규모 보증사고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광주시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사인 한국건설이 시공 중인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들은 최근 대출 실행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이자 독촉' 안내 문자를 받았다.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분양됐는데 한국건설 측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중도금 이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지역 실적 2위인 세경토건이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1위 토목·건축업체 부강종합건설도 이달 초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문을 닫는 지방 주요건설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르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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