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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플랫폼법 '숨고르기'… 혁신 막아선 안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2.07 19:09

수정 2024.02.07 19:09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추진하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강행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와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소수의 대형 플랫폼 업체를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지배력 남용행위가 발생하면 현행보다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플랫폼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 무역마찰을 비롯해 벤처·스타트업들조차 사전규제라며 반발하자 사전 지정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일단 공정위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우려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플랫폼법 추진이 백지화되거나 무기한 연기된 게 아니고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어서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플랫폼법이 정부 취지와 달리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지배적 사업자 선정기준이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토종 플랫폼 업체만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모기업이 해외에 있거나 대주주가 외국인인 일부 국내 대형 플랫폼과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알리바바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은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네이버와 카카오만을 대상으로 한 '네카오법'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정위는 국내외 기업 차별 없이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미국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법안 추진이 동력을 상실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가 플랫폼 규제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해당 정부들을 무역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며 반대했다.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도 "투명성 보장과 함께 이해관계자의 관여와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등 자국 기업들이 반대할 경우 강제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지배적 사업자 선정기준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매출액, 점유율, 이용자 수 등을 분석할 때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의 협조 없이는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를 강제할 경우 통상마찰 가능성도 우려된다. 결국 네이버, 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 업체만 규제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불식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또한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사전에 차단해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도 이들 기업이 반발하면서 무색해졌다.

벤처기업협회는 플랫폼법으로 벤처기업의 혁신 시도가 위축되고 이는 투자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이 정체되도록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당장에는 네이버·카카오만 제재를 받겠지만 그다음에는 다른 플랫폼으로 규제대상이 확대될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가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에 충분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진행된 플랫폼법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우려상황을 해소해야 한다.
그동안 플랫폼법 정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9차례 논의에 이어 재검토에 들어간 만큼 그 결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일정 시점에 공개해야 한다. 더 이상 '깜깜이 법안'으로 소비자와 업계의 불안을 키워서는 안 된다.
아울러 '플랫폼법'이 혁신을 가로막지 않도록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일부 토종업체만 규제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선정기준도 손질해야 한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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