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통합 논의한 전북 전주와 완주 다시 관심
1997년부터 3차례 통합 시도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
10차례 상생협약 이어오며 통합 불씨 살리는 중, 일부 반발도
1997년부터 3차례 통합 시도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
10차례 상생협약 이어오며 통합 불씨 살리는 중, 일부 반발도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이 지역에서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권 등을 중심으로 메가시티 조성 논의가 활발하고, 경기 김포시와 구리시의 서울 편입이 핫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오래도록 통합이 시도된 전주와 완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10차례에 걸친 상생협약을 맺으며 지자체 통합을 위한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두 지자체가 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다. 지난 1997년부터 3차례에 걸쳐 시도되고 무산된 전례를 감안해 주민 생활에 밀접한 사안부터 천천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완주지역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 앞으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반복되는 갈등
전주와 완주 통합의 목소리를 내며 논의에 불씨를 당긴 건 전주시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올해 초 10대 역점전략을 발표하며 첫 번째로 전주-완주 통합을 내세웠다. 2년 전부터 이어온 10차례의 상생협약으로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달 4일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전주·완주 통합을 시작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성공과 발전 구심점으로 전주와 완주가 하나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생협력을 통해 분위기 조성을 해왔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라며 "관련 용역도 하고 통합에 따라 전주시가 양보할 부분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했을 때 완주 군민들한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범기 시장의 발언으로 완주지역에서는 일방적인 통합 제시라며 반발이 나왔다.
완주군의회는 완주군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면서 우범기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완주군의회 서남용 의장과 의원들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범기 시장은 완주군에 선전포고하듯 완주-전주 통합을 거론하며 망발을 쏟았다"며 "완주군민을 대표한 의원 전원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완주군의회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이번엔 시만사회단체가 나서 완주군의회를 지적했다.
완주역사복원추진위원회와 전주완주통합추진연합회는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군의회가 지역 통합을 추진하는 우범기 전주시장을 규탄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무릇 군의회와 군은 지역 발전과 주민 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라며 "1935년 일제가 강제로 나눈 두 지역을 합칠 수 있는 슬기로운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10번의 약속...24개 사업 함께 추진
전주시와 완주군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10차례에 걸쳐 상생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24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1차 전주·완주 수소경제 중심도시 도약 협력, 상관저수지 힐링공원 조성 △2차 전주·완주 경계 공덕세천 정비, 공공급식 분야 농산물 상호 공급 확대 △3차 도서관 문화 협력, 전주풍남학사 입사생 자격 완주군민 확대, 수소경제 중심지 도약을 위한 수소버스 보급 확대 △4차 청년 스타트업 완(주)전(주) UP 사업, 전북혁신도시 수질복원센터 시설 개선 △5차 F-tour 연계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 완주~전주 자전거 도로 확충, 시내버스 공영차고지 조성 협력 △6차 완주·전주 파크골프장 조성, 찾아가는 공연 추진, 전주·완주 예비군훈련장 시설 개선 △7차 전주·완주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상호확대, 학산 치유숲 상생숲길 조성, 혁신도시 금융기관 유치 공동대응 △8차 전주·완주 지역사랑상품권 상호유통 추진, 만경강 완주·전주 상생투어 △9차 완주·전주 상생철길 조성, 시티투어버스 공동 운영, 거점 승마체험시설 활용 △10차 혁신도시 체육공원 조성 사업 등이다.
두 지자체는 10차례 협약에 멈추지 않고 사안별로 상생안을 확대할 예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상생협약 진행에 정해진 기약은 없다. 두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지속 발굴해 협약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하나였던 전주와 완주
전주시와 완주군은 본래 같은 전주군이었다. 지난 1935년 일제 치하에서 전주군 전주읍이 전주부로 분리됐고, 나머지 전주군 지역이 완주군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런 역사와 전국적 도농통합,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명분으로 두 지역 통합은 지난 1997년 처음 공식 시도된다. 당시 주민의견 조사까지 진행됐지만 논의에 그쳤다.
이후 2009년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며 재차 탄력이 붙었지만 주민 여론조사 결과 완주군 주민 반대가 많아 통합에 실패했다.
3번째 시도였던 2013년에는 통합 직전까지 갔다. 당시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양 지역 통합을 적극 중재할 것을 선언하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지만 주민투표 결과 반대 55.3%(찬성 44.6%)로 부결됐다.
이번이 4번째 통합 시도다. 전주시와 완주군, 전북도는 상생협약을 맺으며 통합을 위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주어지는 자율 권한 중 전북도 자체적으로 시군 통합을 진행할 수 있는 점과 민간에서 통합을 요구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통합 논의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주·완주 통합에 대해 "해야 된다는 생각은 있는 거고, 전주시장도 완주군수도 어느 순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조심스럽게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서두르기보다는 완주군민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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