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필요한 환자, 8시간 대기
뇌검사엔 "4월까지 기다려야"
진료 못 받을까 겁난 환자
뇌검사엔 "4월까지 기다려야"
진료 못 받을까 겁난 환자
[파이낸셜뉴스] "적어도 우리 과는 돌아온 사람이 없어요."
2월 29일 서울 건국대학교병원 소속 전문의 A씨는 파업에서 돌아온 전공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병원은 전날 언론을 통해 지난 26일 12명의 전공의가 복귀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A씨는 "전문의들이 교대로 서는 식으로 의료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서울대학교병원도 마찬가지다. 이비인후과 교수인 B씨는 "우리과에는 전공의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며 "현재 응급실, 중환자실 그리고 마취과에서 전공의가 없어 힘들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현장을 이탈한 의사들에게 정한 '복귀 데드라인'인 29일이 다가왔지만 대규모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를 고발하고, 전공의 자택을 방문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3월부터 시작할 사법절차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주요 병원 현장 인력이 줄어들면서 환자들은 입원 절차에도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시간 대기 끝 입원
이날 의료계 등에 따르면 2022년 총 298명의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는 건국대학교병원은 12명만 복귀한 상황이다. 전공의들 대부분 돌아오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6일 간염으로 입원한 엄재현씨(25)는 입원까지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가 없다고 해서 대기 순번을 받아 8시간 기다린 끝에 입원했다"며 "원래는 바로 입원될 정도로 아픈데 몇 시간 뒤 입원된다고 해서 계속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제재가 들어오면 의사들도 돌아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가운데 한 곳인 서울대병원에서도 여전히 환자의 불안이 컸다.
정모씨(46)는 당초 다리가 아파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머리에서 뇌종양 의심 소견이 나와 추가 검사를 했다. 그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검사 결과 판독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기존에 검사할 때는 바로 결과 나와서 추가 검사가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4월에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달이나 건너뛴다고 하니 답답하고 불안하다"며 "다른데 도 아니고 머리라고 하니까 걱정돼서 차라리 다른 병원에서 판단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영상 등 자료를 받아 다른 병원에 가져가 진단을 받기로 했다.
김모씨(45)는 며칠 전 항암치료 부작용 때문에 응급실에 갔으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면서 다른 병원에 가라고 했다. 전공의 파업 때문인 것 같아서 화가 났다"며 "오늘 항암치료 때문에 입원하러 왔는데 일정도 조금 밀린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빽뺵하던 대학병원 '한산'
진료 거부를 걱정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아 일부 병원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광진구 아산병원 외래예약·수납처 앞에는 드문드문 빈 의자들이 보였다. 평소 빈 의자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있는 모습과는 달랐다.
남편의 항암치료를 위해 경북에서 올라왔다는 송모씨(80)는 이날 병원에 오기 전 전화를 돌려 진료를 볼 수 있는지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이 야단인데 가도 될까'라고 생각했다"며 "진료 못하면 못한다고 전화라도 해줄 텐데 안 와서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진료를 못 받았으면 어느 세월에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오겠나"라고 강조했다.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도 정부의 의사에 대한 강대강 대치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장시술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80대 중반 B씨는 "정부에서 한번에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다고 하니까 거부하는 것"이라며 "지혜롭게 대화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국민만 애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월 이후 강경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이날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들에게 다음달 4일 이후부터 면허정지 처분 등 행정처분 절차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의 정부 명령)위반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에서 채증하고 의견 진술 기회를 주는 등의 과정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며 "의견을 들어 설명이 타당하지 않으면 처분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총 67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중 의료 파행 사태 관련 피해 신고는 304건이 접수됐다. 피해 신고의 75%는 수술 지연(228건) 사례였으며, 진료취소와 진료거절은 각 31건, 입원지연은 14건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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